특권층서 일어난 사건, 검경 부실수사, 비호·은폐 정황, 여성 성착취…
문 대통령 ‘강력 지시’ 왜
검경 불신 커지면 개혁 요원…지난 정권 겨냥, 정치권 파장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및 고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이들 사건에 정·관계 로비, 권력형 비리, 검경의 부실 수사, 여성에 대한 성착취 등 사회 부조리가 압축돼 있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로 법무부 박상기·행정안전부 김부겸 장관을 불러 “(세 사건의) 공통적인 특징은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일이고, 수사기관들이 고의적인 부실수사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진실규명을 가로막고 비호·은폐한 정황들이 보인다는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는 장자연·김학의 사건 진상이 여러 해가 지나도록 규명되지 못하는 상황 자체를 강하게 질타했다. 국가 공권력의 핵심인 검경의 부실·비호·은폐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이런 국민적 의혹을 방치한 상태에선 공권력에 대한 만연한 불신을 털어내기 어렵고, 검경 개혁도 요원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의 현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강도 높게 진상규명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경 개혁과 관련된 문 대통령의 ‘그립’을 강하게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양측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사건이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의 경우 검찰의 치부로 지적되는 터이고, 버닝썬 사건은 경찰과 업주의 유착 의혹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장씨 성착취 사건은 검경 모두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부터 ‘미투’ 흐름으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성착취 문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터에 전형적인 권력층, 기득권자에 의한 성착취 사건을 더 이상 묻어둘 수 없다고 판단했음직하다.
정치적 파장도 적지 않다. 장자연·김학의 사건의 경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검경 수사가 자유한국당을 겨눌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장씨 사망 사건에 대한 검경 수사가 이뤄진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김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3월 임명됐지만 6일 만에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면서 옷을 벗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 청와대 민정수석은 한국당 곽상도 의원이다. 내치(경제·고용)와 외치(북·미 협상)에서 위기에 처한 문 대통령이 대대적인 사정정국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