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톨드 컬렉션: 인상주의> 2019.2.20-6.17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재단

전시 전경 Exposition La Collection Courtauld : le parti de impressionnisme, du 20 fevrier au 17 juin 2019, a la Fondation Louis Vuitton. ⓒ Fondation Louis Vuitton / Jean Picon / SAYWHO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인상주의 회화를 사랑하고, 그 보편적 인기에 힘입어 인상주의 화파를 중심으로 꾸린 전시들은 꾸준히 세상에 나온다. 근대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또 하나의 인상주의 전시가 화제다. 2014년 개관 이후 파리 16구의 명소로 자리 잡은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이 2019년 봄을 여는 프로그램으로 선택한 <코톨드 컬렉션: 인상주의(La Collection Courtauld, le parti de l’impressionnisme)>전이 그 주인공이다.

전시 전경 Vue d‘installation de l’exposition La Collection Courtauld : le parti de impressionnisme, du 20 fevrier au 17 juin 2019, a la Fondation Louis Vuitton. ⓒ Fondation Louis Vuitton / Marc Domage
전시의 제목이 명시하고 있듯,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의 주인은 코톨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품 컬렉터이자 후원자 중 한 사람인 영국인 사무엘 코톨드(Samuel Courtauld, 1876-1947)의 컬렉션 중, 인상주의와 관련된 110여 점이 파리를 찾은 것. 초기 르네상스부터 20세기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코톨드 컬렉션의 원래 집은 런던에 위치한 코톨드 갤러리(The Courtauld Gallery)다. 작년 가을부터 대대적인 내부 공사를 위해 휴관에 돌입한 이곳은 공간 규모는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와 충실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수준 높은 전시로 많은 미술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미술관이다. 앞으로 최소 2년간은 문을 닫을 예정이라는데, 그 덕분에 작품들이 집을 떠나 여행을 시작한 셈이다.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폴리-베르제르 극장의 바(Un bar aux Folies-Bergere)> 1882. ⓒ The Courtauld Gallery, London (Samuel Courtauld Trust)
이번 전시의 미덕은 무엇보다 25명의 굵직한 작가 개개인의 명성에 걸맞은 수준의 작품을 선정했다는 점이다.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가 임종 1년 전에 완성한 신비로운 작품 <폴리-베르제르 극장의 바(Un bar aux Folies-Bergere)>(1882년)와 <풀밭 위의 점심식사(Le Dejeuner sur l’herbe)>(1863년 경), 세잔(Paul Cezanne)의 ‘생 빅투아르 산(La Montagne Sainte-Victoire)’과 관련된 몇몇 그림들로 전시는 시작된다.

폴 세잔(Paul Cezanne) <안시의 호수(Le Lac d’Annecy)> 1896. ⓒ The Courtauld Gallery, London (Samuel Courtauld Trust)
특히 세잔이 부인과 휴가로 떠난 스위스와의 국경도시 안시(Annency)에서 그린 <안시의 호수(Le Lac d’Annency)>는 코톨드의 작품 수집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미술평론가 로저 프라이(Roger Fry)가 ‘단연 최고’로 꼽은 작품이기도 하다. ‘점묘화’로 유명한 쇠라(Georges Seurat)는 또 어떤가. 그가 그린 풍경화만이 즉각 떠오른다면, 이번엔 <화장하는 젊은 여인(Jeune femme se poudrant)>(1889-1890년 경)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반짝이고 차가운 듯한 배경과 화면 바깥으로 나올 듯 하얗고 따스하게 표현된 인물의 대비가 새삼 신선하다. 1889년 작으로, 귀에 붕대를 감은 고흐(Van Gogh)의 자화상 역시 특유의 강렬함을 뿜어낸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Autoportrait a l’oreille bandee)> 1889. ⓒ The Courtauld Gallery, London (Samuel Courtauld Trust)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화장 하는 젊은 여인(Jeune femme se poudrant)> vers 1889-1890. ⓒ The Courtauld Gallery, London (Samuel Courtauld Trust)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칸막이 관람석(La Loge)> 1874 ⓒ The Courtauld Gallery, London (Samuel Courtauld Trust)
이와 더불어 사무엘의 형제 스테판이 소장한 영국의 자랑,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의 황량한 느낌을 주는 수채화 10여 점도 함께 공개한다. 그 외에도 모네(Claude Monet),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드가(Edgar Degas) 등 전 세계인에게 친숙한 인상주의 대가들의 작품을 꼼꼼하게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을 것이다. 진정한 명화는 100번을 보아도 늘 새로운 면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엽서나 포스터, 책의 표지로만 접하던 이미지를 실제로 들여다봄으로써 낯선 즐거움과 놀라운 ‘인상’을 발견할지 모르니, 눈앞의 그림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Dawn after the Wreck’ 1841. ⓒ The Courtauld Gallery, London (Samuel Courtauld Trust)
전시제목: <코톨드 컬렉션: 인상주의(La Collection Courtauld, le parti de l’impressionnisme)>
전시기간: 2019.2.20-6.17
전시장소: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재단
사진제공 |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이가진은 대학에서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한 후 프랑스 파리에서 현대미술사 및 미학을 전공하며 「에드 루셰(Ed Ruscha)의 초기 아티스트북」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전문지 기자로 동시대 미술 씬에 관한 글을 쓰고 책을 만들었다. 시각예술과 텍스트라는 두 가지 영역에 관심을 두고 둘 사이를 오가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보다 긴 호흡의 글을 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