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강원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로 번진 대형 산불은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 부르는 국지적 강풍이 빠른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됐다. 양간지풍이란 봄철이면 태백산맥 동편 강원도 양양과 고성(간성), 강릉 쪽으로 부는 매우 강한 바람을 일컫는 말이다.
기상청은 당초 3일 밤부터 강원 영동 지방에 순간 풍속이 시속 100㎞를 넘는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것으로 전망하고 강풍특보를 발효했다. 산불이 확산된 4일 오후 11시~12시, 강원 일대 최대순간풍속은 초속 기준 미시령이 21.3m, 속초 20.4m, 고성 19.2m, 강릉과 양양 17.1m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선 오후 8~9시에는 미시령에서 초속 27.6m의 태풍급 강풍이 불기도 했다.
초속 20m에 달하는 강풍이 이날 오후 7시17분쯤 고성군 토성면에서 발생한 화재를 빠르게 확산시킨 것이다. 야간인데다 강풍으로 인해 헬기가 투입되지 못하면서 진화 작업도 애를 먹었다.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가 강한 바람의 원인이 됐다. 고기압은 시계방향으로 돌기에 남쪽에서는 서풍이 분다.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저기압 영향으로 역시 북쪽에서도 서풍이 분다. 바람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남쪽의 고기압과 북쪽의 저기압이 가깝게 붙어 있어 바람도 거세게 분다. 바람은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인데, 기압차가 크면 바람도 세진다.
이 서풍 기류가 태백산맥을 타고 넘으면 풍속은 더 빨라진다. 태백산맥을 타고 올라가야 할 바람이 따뜻한 공기층에 막혀 더 올라가지 못하고, 고도가 낮은 동해안으로 쏟아지면서 거세지는 것이다. 2005년 4월 천년 고찰인 양양 낙산사를 잿더미로 만들고 수많은 이재민을 남긴 산불도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이라 부르는 바람이 원인이 됐다.
5일 오전에는 남고북저 기압 배치가 풀리면서 한반도 기압밀도가 약해져 전날보다는 바람이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 최대순간풍속이 초속기준으로 미시령 26.7m, 속초 10.5m, 울진 9.3m, 고성 7.6m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조금씩 바람 강도가 낮아지는 추세”라며 “다만 산불지역은 국지적으로 상승류가 강하게 발생하여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돌풍이 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