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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관련 제도 개혁, 여성의 목소리 담겨야

입력 2019.04.14 20:26

지난 4월11일은 66년 만에 대한민국 형법에서 낙태죄(형법 269조 1항, 270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날이다. 결정문은 이 형법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고, 이에 앞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다양한 법적, 사회적, 문화적 과제가 제시되는 중이다. 그간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시위와 사회적 담론 형성 활동을 해온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자보건법 등의 개정, 임신중절 관련 의료제도의 개혁, 새로운 성교육 준비 및 대중의 인식 개선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미디어 세상]임신중절 관련 제도 개혁, 여성의 목소리 담겨야

이 가운데 대중의 인식 개선 문제가 지적된 것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 온라인을 뒤덮은 오해와 편견에 가득한 발언들과 무관하지 않다. 결정 직후 뉴스 속보가 전달되기 시작했을 때 관련 기사 댓글에는 낙태 문제를 여전히 여성만의 책임으로 돌리고 비난하는 내용이 다수 등장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낙태죄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 문제와 이기적인 여성 간의 대립 구도로 설정해 놓고,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낙태죄 폐지를 주장한 시민단체와 여성들, 페미니스트들을 모욕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이미 언론 보도나 시민단체의 활동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잘못된 지식과, 여성을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적 관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낙태 합법화로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언론들의 팩트 체크 기사에서 해외 각국의 사례와 역사에 비추어 사실이 아님이 검증되기도 했다.

“쾌락만 즐기고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면서 문란하고 이기적인 여성의 존재를 만들고 비난하는 댓글들은 임신과 출산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관련된 사안임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고 있다.

여성이 자기 결정권을 보호받으려면 남성의 낙태 강요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낙태죄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현행 형법의 해당 조항이 오로지 부녀만을 처벌 대상으로 하는 법이고, 이 일에 대해 여성만이 책임을 져야 하며, 범죄자까지 되는 불공정한 상황에 놓여왔다는 현실에 아예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이런 주장들은 잘못된 법제도로 인해 여성이 경험하는 고통과 현실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목소리이다. 이제까지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집회와 기자회견, 다양한 시민단체의 연대 활동 등을 통해서 임신중절에 대한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공유되어 왔다. 이를 통해, 국가가 구획한 특정한 범주 속에서 정상적인 몸과 비정상적인 몸이 구별되었다는 점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려온 모순과 불평등이 드러났다. 실제 결정문에도 적시되었듯이, “법적 구제를 받기 어렵고, 비싼 수술비를 감당해야 해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여성들이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받기 쉽지 않고, 헤어진 남성의 복수 수단, 가사·민사 분쟁 압박수단 등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는 것이 바로 지난 낙태죄 유지 기간에 여성들이 낙인과 모욕 속에서 경험한 현실이다.

따라서 향후 불합리한 현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와 관련된 법제도 개정 과정에는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게 검토되고, 또 반영되어야 한다. 언론들 역시 이러한 경험들을 고려한 법제도의 개정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존재하지도 않는 이기적 여성, 낙태를 일삼는 여성이라는 상을 만들고 그 허상에 근거한 주장을 하는 측에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문제적 법이라는 결정이 난 다음인데, 단순히 찬반 의견을 기계적으로 전달하여 갈등 구조를 구성하려는 보도, 결정에 대한 찬성 의견을 밝힌 유명인의 SNS 메시지들을 기사화하여 조회 수를 올리려는 보도 등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의 경험과 현실에 기반을 둔 법제도 개선 및 인식 제고를 이끄는 충실한 보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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