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세계 팬들에게 전파하던 방탄소년단이 이번에는 스스로와 팬들의 내면으로 들어갔다. 17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발매 기념 글로벌 기자회견은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에 전하는 ‘선한 영향력’의 근원을 묻는 질문들로 가득찼고, 방탄소년단의 대답은 돌고 돌아도 언제나 팬들의 사랑이란 말로 귀결됐다.
리더 RM은 이번 앨범에 대해 “전작 ‘러브 유어셀프’가 스스로 외우는 주문 혹은 세상을 향한 외침이었다면, ‘맵 오브 더 솔’은 내면 속 영혼의 지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찾아보자는 데서 출발했다”며 “이번 시리즈는 힘에 대한 이야기다. 팬들이 주는 사랑의 힘의 근원과 그늘, 또 그 힘이 이끄는 내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발매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과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일본 오리콘 디지털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미·영·일 3개국 차트를 석권하며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RM은 “좋은 성적을 세우면 저희도 사람인지라 많이 기쁘다”면서도 “한편으론 3개국에서 1위를 했다고 세상을 집어삼킨 것처럼 여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며 균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이 자리에서 현 위치에 대한 부담감도 솔직히 털어놨다. 멤버 진은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라며 “부담감을 없애기 위해 본업인 음악과 무대에 더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RM은 “키가 커지면 그늘이 길어진다. 부담감과 허탈함 없이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니다”라며 “어느 날부터 조명이 무섭기 시작했다. 관객들도 무섭더라. 밝은 조명 탓에 나는 객석이 안 보이는데, 사람들은 내 표정과 행동을 보고 있다 생각하니 도망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부담을 이겨내게 하는 것 역시 팬들이라고 했다. RM은 “(부담감에도) 이 자리에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훨씬 많고, 팬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훨씬 크다”며 “두려움을 극복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안고 살아가려 한다. 팬들의 소중함이 부담감을 눌러주면서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열애설이나 이렇다 할 구설에 휘말리지 않은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슈가는 “데뷔 초 우리를 사랑해주는 분들에 대한 마음, 연예계 일을 하며 미치는 영향력, 떳떳하게 음악하는 방법에 대해 멤버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가수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약속 아닌 약속,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민도 “멤버들끼리 ‘우리는 너의 편이다. 무슨 일이 있든 상처받지 말자’는 말을 많이 한다”며 “옆에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조심하고 행동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아미’(팬클럽) 역시 긍정의 근원이다”라고 거들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글로벌 기자회견’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BBC, 빌보드 등 외신 기자들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3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유니버셜 뮤직 재팬의 나우 야마네 프로모터는 “방탄소년단과 같은 월드스타의 간담회에 오게 돼 기쁘다”며 “방탄소년단이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일본 내 K팝의 식지않는 인기와 방탄소년단이 가진 저력 보여주는 것”이라 말했다.
면적 2992㎡의 간담회장은 이번 앨범 커버 색깔과 같은 분홍색으로 꾸며졌고, 행사 천장에는 반짝이는 분홍색 불빛으로 세계지도를 표현했다. 150여개 해외 매체에서 미리 받은 질문을 토대로 진행된 기자간담회 1부는 방탄소년단 유튜브 계정 ‘방탄TV’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전세계 25만6000여명의 팬들이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행사장 밖은 국내외에서 모인 ‘아미’ 20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방탄소년단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방탄소년단과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표정이었다. 자신을 ‘아미’라고 소개한 베트남 유학생 응우옌 띤(21)은 “트위터를 통해 글로벌 기자간담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유학생활하며 힘들 때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많은 힘이 됐다. 방탄소년단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은 굵직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5월1일 열리는 빌보드 시상식에서 신보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피처링에 참여한 팝스타 할시와 공동무대를 펼칠 계획이고, 5월4∼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 공연을 시작으로 북남미, 유럽, 아시아 8개 도시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최소 5만명 이상 스타디움 규모로만 이뤄지는 이번 월드투어는 16회차 가운데 이미 14회차가 매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