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사·보임 내전’…한국당, 의장실 점거 육탄전

정환보·조형국 기자

바른미래 지도부·반대파, 오신환 교체 놓고 ‘물리적 충돌’

바른정당 출신들, 의원총회 요구…유승민도 “몸으로 막겠다”

25일 안건 상정 앞두고 한국당, 정개특위 회의장 점거 농성

한국당 의원들과 설전 벌이는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의장(테이블 정면)이 24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두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삿대질을 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의원들과 설전 벌이는 국회의장 문희상 국회의장(테이블 정면)이 24일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두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삿대질을 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패스트트랙 정국’이 극심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전날 각 당 추인까지 마치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의 9부 능선을 넘은 듯했지만, 패스트트랙을 하루 앞둔 24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의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럼에도 ‘사개특위 위원 교체’라는 강수로 이를 무력화시키기로 하면서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의지는 재확인됐다. 이를 막아내려는 한국당이 실력 저지에 나서는 등 국회는 종일 시끄러웠다.

■ 사·보임 강행 VS 분탕질 안돼

‘태풍의 핵’으로 부상한 인물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다루는 사개특위는 한국당을 제외한 정당에서 단 1명만 반대해도 패스트트랙이 불가능한 구조다.

오 의원이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소신을 지키기 위해 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면서 여야 4당이 발칵 뒤집혔다.

선거제·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등 패스트트랙 대상 법안은 4당 합의로 패키지로 묶여 있어 오 의원의 반대는 곧 전체 패스트트랙의 무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곧바로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위에서 오 의원을 빼고 ‘찬성’ 입장의 의원을 투입해 패스트트랙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테니 사·보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상임위원 교체권을 쥔 김관영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끝까지 반대한다면 사·보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이날 오후 국회 의사과에 오 의원 사임계와 채이배 의원의 보임계를 제출하려 하자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저지에 나섰다. 유승민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들을 거짓말로 속이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당을 끌고 갈 자격이 없다.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오 의원도 “김 원내대표가 당을 분탕질하고 있다. (사임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바른정당 출신 8명과 안철수계인 이태규·김중로 의원 등 10명은 당에 긴급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유 의원까지 “몸으로 막겠다”고 나선 터여서 내홍은 전면전 수준의 내전으로 비화했다.

■ 제1야당 국회의장실 점거농성

‘결사 저지 투쟁’ 중이던 한국당도 오신환 논란에 가세했다. 오 의원 사·보임이 패스트트랙의 최종 관건으로 떠오르자 상임위원 사·보임의 최종 결재권자인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달려간 것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보임 허가는 결국 패스트트랙의 길로 가는 것”이라며 “국회의장이 대한민국 헌법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의장은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 최후의 결정은 내가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의장 그만둬라”고 소리쳤고 문 의장도 “멱살 잡으려면 잡아라”고 맞받으며 30분간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문 의장은 의장실을 빠져나갔고, 이 과정에서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문 의장이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을 “성희롱 및 성추행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고, 문 의장 측은 “전형적인 자해공갈”이라고 반박했다.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고, 임 의원도 ‘정서적 쇼크’를 이유로 병원에 갔다.

이날 의장실 상황은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전 육탄전이 벌어졌던 예전 ‘동물국회’ 현장을 방불케 했다.

육탄전은 25일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안건 지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보임 논란의 사개특위 전체회의 등 곳곳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한국당은 정개특위가 회의실로 사용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을 점거하고 밤샘농성을 벌였다. 정개특위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집단행동도 한국당 못지않은 수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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