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오래 전 ‘이날’]4월25일 비둘기를 굶겨라](https://img.khan.co.kr/news/2019/04/25/l_2019042401003050100245871.jpg)
■2009년 4월25일 도심 비둘기 퇴치 ‘굶기기 작전’
![[오래 전 ‘이날’]4월25일 비둘기를 굶겨라](https://img.khan.co.kr/news/2019/04/25/l_2019042401003050100245872.jpg)
비둘기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평화의 상징? 아마도 살찐 ‘닭둘기’를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햇살에 데워진 보도블록 위에 배를 깔고 꾸벅 졸기도 하고, 거리에 떨어진 부스러기를 향해 떼로 돌진하기도 하지요. 물론 사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죠. 막무가내 ‘푸드득’에 “엄마야~”를 외치며 사람이 피하는 풍경이 이젠 익숙합니다.
도심 비둘기는 2009년에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됐습니다. 환경부는 본격적인 퇴치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습니다. 알 수거, 먹이 주지 않기 캠페인, 먹이를 줬을 때 벌금 부과 등의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10년 전 통계로는 서울에만 50만~100만마리가 서식한다고 나와 있는데요, 외국의 경우 인구 20명당 1마리가 넘어서면 포화상태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유독 서울에 이렇게 많은 비둘기가 살게 된 걸까요. 기사에 따르면 주범은 1988년 서울올림픽입니다. 올림픽 행사 때 날려보낼 목적으로 시청 옥상에서 대량 사육한 겁니다. 그렇게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는 이십여년간 서울에 둥지를 틀면서 거리의 무법자로 변해왔던 거지요.
비둘기 퇴치 업체 사장의 말에 따르면 “도심에서는 비둘기가 하루에 필요한 먹이량인 35g을 쉽게 섭취할 수 있어 남은 시간은 짝짓기 등으로 보낸다”고 하네요. 산란 역시 야생에서는 연 1~2회에 그치지만 서울에서는 최대 8회까지 산란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비둘기는 얼마나 줄어들었을까요. 2015년 실시한 ‘비둘기 개체수 조절’에 대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7.2%로 “반대한다”는 의견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시민들은 여전히 비둘기가 많다고 느끼는 거지요.
비둘기 입장에선 어떨까요. 메노 스힐트하위전이 쓴 책 <도시에 살기 위해 진화 중입니다>에 따르면 “‘구박덩이’로 전락한 비둘기의 우중충한 잿빛은 진화의 결과물”이랍니다. 멜라닌 색소가 많을수록 어두운 회색을 띠는데, 이렇게 ‘흑화된’ 비둘기는 도시화가 진행된 곳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다네요.이는 금속원소와 결합하는 멜라닌의 성질이 도시 비둘기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인데 색이 어두운 비둘기는 아연과 같은 중금속 오염물질이 체내에 유입되면 깃털로 보내 몸 바깥으로 배출해내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들도 인간이 오염시킨 환경 속 에서 잘 살아보려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중이었네요. 비둘기들도 ‘닭둘기’라는 오명과 시선이 씁쓸하겠단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