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통통한 몸에 검은 눈망울(가끔 비뚤어져있기도 하다), 빨간 벼슬과 앙증맞은 멜빵 바지, 가슴팍에 박힌 ‘처갓집양념치킨’ 로고 - 그리고 이름인 ‘처돌이’까지.
이 작고 사랑스러운 닭 인형은 왜 지난 어린이날 연휴 기간 SNS를 달구었을까.

지난 5일부터 진행한 처갓집양념치킨의 처돌이 인형 증정 프로모션 이벤트. 원래 31일까지 증정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처돌이의 인기로 인해 하루만에 1차분(1만개)이 동났다.
지난 5일 처갓집양념치킨은 어린이날을 맞아 신제품 프로모션 차원에서 ‘the화이트치킨’ 메뉴를 구매한 고객에게 처돌이 인형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사측은 본래 1차분(1만개) 소진에 1~2주일쯤 걸릴 것이라 예상했으나 불과 하루만에 준비된 1만개 인형이 전부 동나고 말았다. 처갓집양념치킨은 이에 하루만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급하게 2차분 준비에 돌입했다. 인터넷 중고사이트에선 처돌이 인형에 따로 프리미엄이 붙어 비싸게 거래되고 있기까지 하다.

처돌이 인형 증정 이벤트 시작날이었던 지난 5일 오후 처갓집양념치킨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품절 사과문.
과연 ‘처돌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 작은 슈퍼스타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 ‘처돌이 증정 이벤트’를 기획한 처갓집양념치킨을 운영하는 한국일오삼 마케팅팀 조재윤 팀장에게 직접 물어봤다.
이하 일문 일답.
Q(기자).인터넷 상에서 ‘처돌이’의 인기가 상당하다.
A(조재윤 팀장). 저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처돌이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 처음에 1차, 2차로 나누어 1차분 처돌이 1만개를 각 점포에 제작해 보냈을 때 1차분 물량 소진에 빠르면 1주, 통상 2주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이벤트 시작날 이미 1만개가 전부 소진됐다.
그래서 하루만에 홈페이지에 급하게 재고 소진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고, 2차분 조기 생산, 공급 준비에 착수한 상황이다.

처돌이 인형의 사진. 본래 전화를 받고 있는 처돌이 혹은 ‘처돌이 러브’ 종이를 든 처돌이 등 연출샷을 요청하고 싶었으나 현재 처갓집양념치킨 본사에도 보존용(혹은 직원용) 처돌이 한마리조차 남아있지 않은 관계로 과거에 찍은 상품용 샘플 사진을 제공받았다. /제공:처갓집양념치킨
Q.각 점포에 처돌이 문의 전화도 많았을 것 같다.
A.아직도 처갓집치킨 매장들에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한다. 어떤 매장은 하루에 ‘처돌이’가 있냐고 묻는 전화가 200통이 넘게 걸려와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처돌이의 인기 덕분에 저희 회사 홈페이지도 평균 방문자수가 10배가 넘게 늘었다. 문의게시판 글들도 부쩍 늘었는데 대부분이 처돌이에 대해 묻는 글들이다.
Q.처돌이는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 캐릭터인가? 증정 행사도 이번이 처음인가?
A.아니다. 처돌이는 기존에 있던 캐릭터였다. 저희 로고를 보시면, 여기에 그러져 있는 것이 처돌이다. 닮지 않았나요?(웃음)

공식 로고.왼쪽 네모 안에 있는 것이 처돌이라고 한다.
원래 공식 이름은 아니었고 저희들끼리 (회사 안에서) 옛날부터 캐릭터를 ‘처돌이(처갓집양념치킨+돌이)’라고 불렀었는데, 인형을 직접 제작해서 프로모션 행사에 활용한 것은 2016년이 처음이다. 이미지로서 처돌이가 공식적인 채널에 등장한건 2005년 무렵이다. 2005~06년도 쯤에 처돌이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광고를 제작했다. 저희가 광고를 다른 회사에 비해 많이 하지 않는 편이긴 한데, 당시엔 TV광고에 처돌이가 등장했다.

십여년 전 TV에서 방영된 ‘처갓집양념통닭’의 광고 스틸샷. 처돌이의 첫 공중파 데뷔다. /제공:처갓집양념치킨
2016년 첫 인형 증정 이벤트땐 신제품이 나오면서 이번과 유사하게 3만개를 제작해 신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그런데 그 당시엔 처돌이가 남아돌았다(웃음). 점주분들께 닭 인형을 보내니까 “이런 못생긴 애를 누가 좋아하냐” “치킨집에서 닭 인형을 왜주냐” 등의 반응이 많았다. 실제로 당시엔 3만개 제작해서 재고가 남아 돌았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저희가 이번에도 그렇게 인기가 많을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다. 일부러 물량을 적게 푼 것이 아니라, 기존 치킨 판매량에 맞춰 예상치를 제작하고 매출에 따라 각 점포에 배포한 것인데 (그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Q.그래도 재판매를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을텐데. 어떤 계기로 처돌이가 슈퍼스타가 되었나?
A.일단 처돌이 재판매 요청이 있었다. 특히 작년부터 인기가 갑자기 올라갔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10~20대층, 특히 아이돌 팬덤에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알고 있다. 한 블로거(최만두)가 치킨 리뷰를 하면서 ‘처돌이’의 이름을 재밌게 활용해 “처갓집치킨의 맛은 처 돌았지만 처돌이는 처돌지않았다고 해요!”라는 글을 올린 것이 인터넷 밈(meme)화 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아이돌‘A’를 좋아한다면 ‘A처돌이’ 이런식으로 ‘덕후’를 대체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블로거가 올린 치킨 리뷰 게시글 중 일부 문구가 인터넷 밈화 되면서 최근 젊은층 사이에 큰 인기를 얻게 됐다.
그래서 실제로 매장들에 물어보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중반 고객들이 가장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30대 이상도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찾고 있다.
Q.어린이날 기획인데 정작 10대 후반에서 30대에 인기가 높다.
A.그런가요(웃음). 처돌이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Q.10대들 사이에선 ‘처갓집양념치킨’을 몰랐던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A.실제로 그렇다. 저희가 1980년대 중반 ‘처갓집양념통닭’으로 영업을 시작해 2002년 ‘처캇집양념치킨’으로 업체명을 바꾸고 쭉 30년을 넘게 영업을 해왔지만, 여타 치킨 프랜차이즈에 비해 광고를 많이 안하다보니 어린세대들 가운데서는 우리를 모르고, 최근 ‘뉴트로’ 인기로 새로 만들어진 가게인 줄 아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10대들은 그래서 “야 어딘지 모르겠는데 컨셉을 촌스럽게 참 잘만들었다”하면서 보는데, 저희는 원래부터 촌스러웠다. 로고도 몇십년째 그대로 쓰고 있다. 10대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건 최근 뉴트로 트렌드의 영향도 확실히 있는 것 같다.
Q.처돌이의 2차 물량은 언제쯤 풀리나?
A.공지로도 올렸지만, 원래 빨라도 주말쯤에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좀더 앞당겨서 9~10일쯤부터 배포를 할 예정이다. 정확한 일정은 나와봐야 알 것 같긴 하다.
Q.향후 다른 굿즈(상품)나 사은품으로 또 행사를 준비할 계획이 있는가?
A.현재 논의 중이다. 일단 9일쯤부터 새로 풀리는 ‘새로운 처돌이’는 기존에 제공한 것과 디자인이 조금 다르다. 먼저 공개해드릴 순 없고, 새로 풀리는 디자인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때가 아니면 구할 수 없는 일종의 ‘한정판’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처돌이와 관련된 상품들을 ‘한정판’으로 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Q.마지막으로 처돌이의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A.제가 딱히 따로 드리고 싶은 말은 없고, 일단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희가 준비를 많이 하고, 죄송하다고 글을 올렸지만 예상보다 인기가 너무 뜨거워서 (2차 배포 시한을) 당겨서 최대한 빨리 준비를 하려고 한다.
다양한 모양도 새로 개발하고 신제품을 새로 만들 예정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보다 많은 분들이 처돌이를 만나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