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경,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경찰 폭행도 ‘혐의 없음’
버닝썬 용두사미 수사…첫 신고자 김상교씨 성추행 기소
승리 영장 기각 ‘부실수사’ 비판 이어 “수사권 조정 악재”

경찰이 15일 가수 승리(29·본명 이승현) 등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거론돼 유착 의혹이 제기된 윤모 총경에게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하고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등은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승리 등에 대한 구속영장도 전날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경찰은 ‘부실 수사’와 ‘제 식구 감싸기’ 비판에 직면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 윤 총경 뇌물죄 ‘무혐의’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 총경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 총경은 승리와 유모 전 유리홀딩스 대표가 2016년 7월 강남에 개업한 술집 ‘몽키뮤지엄’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관들에게서 단속 내용을 확인한 뒤 유 전 대표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윤 총경 부탁을 받고 단속 내용을 확인해 준 강남서 경제팀장 ㄱ경감과 윤 총경을 공범으로, 수사 담당자였던 ㄴ경장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송치키로 했다.
경찰은 윤 총경이 2017년부터 2년 동안 유 대표 등으로부터 골프 4번, 식사 6번의 접대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윤 총경은 같은 기간 승리의 단독콘서트 티켓 등도 3차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경이 받은 접대 액수는 2017년부터 2년간 총 268만여원이다. 윤 총경은 2017년 7월부터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경찰은 윤 총경이 받은 금품은 ‘뇌물’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현행 청탁금지법 적용과 관련해 “유 대표가 경찰 대상업소 관련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윤 총경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면서도 “형사 처벌기준인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혐의없음’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윤 총경을 사법처리하는 대신, 경찰 기준에 따라 ‘내부 징계’ 수순을 밟기로 했다.
결국 두 달이 넘도록 전담팀까지 꾸려서 수사를 했음에도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제 식구 감싸기’ 비판 여론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탓인지 경찰 관계자는 “사건 개입 시점과 최초 골프 접대 시점이 시기적으로 1년 이상 차이가 나고, 접대 시점에서의 청탁이 확인되지 않으며 일부 비용은 윤 총경이 내기도 해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경찰 폭행 의혹도 무혐의
경찰은 버닝썬 사건의 발단이 됐던 김상교씨(28) 폭행사건과 관련해 클럽 영업이사 장모씨 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공동상해)로 기소의견 송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피해자 김씨에 대해서도 성추행·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목격자들의 증언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김씨가 클럽 여성 손님 3명을 추행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김씨 폭행사건은 지난해 11월24일 김씨가 친구의 생일 모임을 위해 버닝썬을 찾았다가 불거졌다. 클럽에서 김씨를 처음 때린 인물로 파악된 최모씨를 두고 경찰은 집단폭행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공동상해 혐의가 아니라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당시 출동한 역삼지구대 경찰관으로부터 김씨가 폭행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영상 분석과 해당 경찰관 4명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할 때 폭행 등 혐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 “수사권 조정 상황…큰 악재”
지난 3월부터 서울청이 광역수사대 전담팀까지 구성해 수사를 벌여온 윤모 총경 수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이번 수사의 정점이라던 승리에 대한 구속영장도 전날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부실 수사’ 비판도 받게 됐다.
버닝썬 사건 수사를 두고 경찰은 민갑룡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용두사미’ 수사로 끝났다는 점에서 경찰 내부에선 “최대 악재가 터졌다”는 말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나온 말이다.
서울시내 한 경찰 간부는 “신뢰를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우리가 우리 머리를 제대로 못 깎은 것처럼 보이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이번 사건으로 수사력에 의심을 받는 상황이 벌어지면 (수사권 조정안 국면에서 경찰 조직에) 좋지 않게 작용할까봐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