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서울 구로구의 한 술집 앞에서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른 피의자를 여경이 제압하고 있다. /구로경찰서 제공
민갑룡 경찰청장이 주취자 제압 과정에서 여성 경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된 이른바 ‘대림동 여경’ 논란과 관련해 “경찰관들은 나무랄 데 없이 침착하게 조치를 취했다”며 현장 경찰관의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경찰 내 여경들의 모임인 경찰젠더연구회는 ‘여경 혐오를 멈춰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민갑룡 청장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논란과 관련한) 여론을 보고 마음이 많이 착잡했다”며 “(현장 동영상에 나오는) 남경, 여경 할 것 없이 나무랄 데 없이 침착한 조치를 했다. 그런 침착하고 지적인 현장 경찰의 대응에 대해 전 경찰을 대표해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민 청장은 “경찰관들이 취객에 대응하고 경찰관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사람들을 적절히 조치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술이나 약물에 취했을수록 이성적 자제력이 없기 때문에 더욱 (대응이) 곤란하다”며 “현장 경찰관들은 그런 상황에서 자기 통제력과 침착성을 유지하고 적법 절차와 (물리력 행사) 비례원칙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데, 당시 현장 경찰관들은 본분을 지키며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경이 물러선 것이 아니라 지원 요청을 하고 현장에서 피의자 제압 조치를 했다”며 “해당 여경이 (논란과 관련해) 심신의 충격을 받았고, 휴가도 갔다고 하던데 힘을 내 용기를 잃지 말고 다시 현장을 복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민 청장은 일각에서 여경에 대한 체력검사 기준을 문제 삼은데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선진국보다 체력 기준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어 이 기준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라며 “경찰관의 업무 수행에 적절한 체력 기준을 갖추면서도 경찰이 일반 시민에게 우월감을 갖지 않는 정도의 적절한 조화를 찾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체력이 좋은 사람으로만 경찰을 뽑는다면 운동선수가 아니면 안 될 것”이라며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필요한 체력이 어떤 것인지,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한지를 판단한 뒤 적응 과정을 거쳐 전체 경찰 모집 때 체력 기준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들로 구성된 경찰 내 학습모임인 ‘경찰젠더연구회’는 이날 여성 경찰에 대한 비하적인 댓글을 멈춰 달라고 당부했다. 연구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한 입장문을 통해 “최근 여성 경찰 무용론으로 번지고 있는 주취자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면서 “이 사건은 경찰관에게 거리낌없이 욕설을 하고, 뺨을 때리고, 몸을 밀쳐 공무집행을 방해한 범죄이며,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 판단에 따라 최선을 다해 공무집행을 했고 범죄는 진압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림동 주취자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대한민국에 만연한 공권력 경시 풍조에 대한 경종이 돼야 한다”며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의 확산으로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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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회는 또 “(해당 사건과 관련한) 여성 혐오, 여성 경찰에 대한 비하적인 댓글을 멈춰 달라”며 “경찰은 시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지만, 시민으로부터 모욕을 받아도 무방한 존재는 아니다. 출동한 경찰관이 여성이라고 하여 과도하게 비난받아야 할 이유 또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여성과 남성이 모두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경찰젠더연구회는 성평등한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