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가 포함된 렌터카 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 진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 등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아니라 타다와 같은 기업이 기존 택시 면허를 사들여 감차를 해야 한다는 제안, 궁극적으로 기본소득(Basic Income) 도입 등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 등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서비스 진화에 따른 불안정 노동(플랫폼 노동) 양산 등 노동시장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으로 생산된 가치에 ‘울타리’를 친 뒤 과도한 부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 등 근본적 층위의 논쟁도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모회사 쏘카 이재웅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개인택시 기사 분들의 이야기나 그 분들이 면허 매각 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 없이 개인택시 기사 면허만 (타다가) 돈 주고 사주면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한 쪽 면만 보시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적었다. 최근 한글과컴퓨터 창업주인 이찬진 포티스 대표,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등이 타다와 같은 기업이 택시 면허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자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답을 내놓은 것이다. 당초 이 대표는 “개인택시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감차 보상을 해주고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개인택시는 플랫폼에 포함시켜서 연착륙시키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논의가 개인택시 쪽 분들은 배제된 채 온라인에서 기업가들끼리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리고 이동을 필요로 하는 국민의 편익을 생각하지 않고 업체들끼리 이야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안전, 편익, 사회적 비용, 고령 운전자의 은퇴, 보상, 국가의 면허권 발급 및 관리, 경제효율 등을 다 같이 살펴보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택시와 모빌리티와 렌터카와 자가용 구분이 없어진다. 그때까지 개인택시업계는 연착륙할 방안을 사회와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산업이 국민의 편익을 증가시켜준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며 “그냥 한 업체(개인택시)에서 다른 업체로 권리를 이전시켜만 준다고 편익이 증가될 리가 없다. 그냥 갈등만 덮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네오펙트 반호영 대표는 댓글에서 “혁신에 가장 중요한 필수요소는 혁신의 희생자들을 받아줄 사회안전망”이라며 “결국 기본소득 형태의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저도 보편적 기본소득이 궁극적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증세 등 논의할 일이 너무 많은 블랙홀이어서 이번 모빌리티 현안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모빌리티 서비스 진화와 관련된 토론은 활발한 반면 사회복지·노동법 사각지대인 플랫폼 노동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가 2017년 10월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에는 고용보험 적용을 ‘소득 기준’으로 개편하는 구상이 포함됐다.
현행 고용보험은 가입 대상자를 둔 사업장이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가입 사업장’으로 신고한 뒤 소속 노동자가 피보험자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 구조다. 특정 사업장에 소속돼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전통적 형태의 임금 노동자만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것이다.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은 형식상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피보험자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소득 기준으로 개편되면 특수고용직도 일을 해 소득을 얻고 있기 때문에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된다. 이는 ‘디지털 특수고용직’이라고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새롭게 사회보험 패러다임을 짜는 방안의 경우 동력이 붙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에선 플랫폼 기업의 ‘지대 추구’ 행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는 지난해 3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 올린 글에서 “기업들은 초과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공개해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알고리즘 속에서 활동함으로써 지대를 극대화하게 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이것이 이른바 플랫폼 경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지대는 현재 지대 형성에 기여한 일반지성에게 분배되기보다는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며 “전통적 산업사회의 토지라는 공유지에 비견되는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가상 토지’라는 공유지에서 기업들은 새롭게 지대를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의 지대 독점에 대한 규제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가이 스탠딩은 지식특허에 과도한 독점권을 부여하고 지대 추구를 용인하는 현대 자본주의를 지대자본주의(rentier capitalism)라 명명하며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