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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음식 배송 시대

입력 2019.05.30 21:02

수정 2019.05.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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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새벽 음식 배송 시대

새벽 음식 배송 시장에 전쟁이 붙었다. 몇몇 선발 업체들의 성공에 고무된 기존 인터넷 오픈마켓들까지 뛰어들었다. ‘고무된’ 것이라기보다, 어쩌면 울며 겨자 먹기인지도 모른다. 안 쫓아가면 큰일 날 것 같아, 사업 참여나 일단 해보는 수준이다. 선발 업체들도 실제로 이익을 내는 것 같진 않은데,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고도 하겠다. 이런 새벽배송 음식의 상당수가 간편식(HMR)이다. 셰프가 만드는 음식이 새벽에 당신 식탁에 오른다는 슬로건을 꺼내든 업체도 많다. 시중의 유명 식당 음식도 물론이다. 배달이 불가능한 음식이 거의 없어졌다.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새벽 음식 배송 시대

요리사들은 불안하다. 이 시장이 어떻게 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1800년대 프랑스에서 시작된 근대적인 식당사업, 그러니까 홀과 주방을 마련하고 메뉴를 만들어서 고용된 요리사와 집사들이 서비스하는 그런 식당은 유물이 될지도 모른다. 요리사들에게는 ‘라인’에 서서 음식을 ‘제조’하는 노동자로 전락할 것이란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렇게까지 보는 건 비약일 테지만, 적어도 간편식, 배달식 시장이 재래식 식당의 영업을 위협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최근 몇몇 요리사를 만났다. 유명한 요리사 아무개가 이미 간편식에 투자받아 대형 업체와 계약을 했다더라(미쉐린 투스타, 원스타 요리가 휴대폰 터치로 내 집으로 온다는 뜻이다), 아무개 요리사는 기존 식당은 유지하되 아예 이익은 간편식에서 내기 위해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편했다더라. 또 다른 누구는 (실력도 별로인데) 시장에 빨리 진출해 큰돈을 벌고 있다더라 하는 뒷담화였다.

분명한 건 시장이 바뀐다는 점이다. 틀림없이. 배달 시장도 지금 극적으로, 거의 빅뱅 수준의 변화가 이뤄지는 모양이다. 치솟는 임대료와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 노동비용의 상승, 전통적인 임금 노동자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되는 암울한 미래 등이 식당의 얼굴을 뒤바꾸고 있다. 바로 음식배달업이다.

과거 음식 배달은 중국집과 치킨, 햄버거 정도였다. 흥미롭게도 이들 업종이 배달 중심이 되면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집은 음식 질의 저하, 치킨은 자영업 문제, 햄버거는 ‘배달소년’의 인권 문제가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그 틈새시장이 있었으니, 야식배달업이었다. 월세 비싼 상가를 피해서 허름한 뒷골목에서 족발이며 보쌈, 닭볶음탕을 만들어 배달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음식업의 바뀌는 패러다임을 선명히 보여주는 업종이 되었다. 임대비용 싸지, 홀 직원 필요 없지, 주문과 배달은 배달앱이 대신해주지, 결국 내 한 몸 굴려서 먹고살기에는 이쪽 시장이 제일 낫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쏟아지는 주문을 보고, 누가 시켰는지는 알 필요도 없고, 그저 매일 똑같이 음식을 생산하면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는 것이다.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고 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그것을 비튼다면, 사람 사이에 절해고도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랄까. 컴컴한 지하 주방 한구석에서, 휴대폰에서 반짝이는 ‘주문 알림’을 주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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