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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는 살찌고, 값은 야위고···까도 까도 ‘시름’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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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운남면 들판의 한 양파밭. 최근의 가격 폭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재배 농민은 잡초 제거 작업을 포기하는 등 양파밭을  방치한 상태다.

양파는 살찌고, 값은 야위고···까도 까도 ‘시름’ 한가득

입력 2019.05.31 14:38

수정 2019.05.3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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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군 운남면 들판의 한 양파밭. 최근의 가격 폭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재배 농민은 잡초 제거 작업을 포기하는 등 양파밭을  방치한 상태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들판의 한 양파밭. 최근의 가격 폭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재배 농민은 잡초 제거 작업을 포기하는 등 양파밭을 방치한 상태다.

#3주 전, 전남 함평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김남중씨(42)는 재배 중인 중생종 자색양파를 잘라 속을 살폈다. 기대와 달리 3겹만 자색으로 물들어 있어 수확을 미뤘다. 5겹 자색양파를 기다리는 것이다. 당시 자색양파(보통) 1㎏ 도매가격은 897원(5월 9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품목별 가격 평균가 기준, 이하 동일 기준).

#2주 전, 김씨는 다시 양파 밭을 찾아 속을 잘라봤다. 4겹만 자색이었다. 이틀을 더 기다렸다. 마침내 5겹으로 물든 자색양파를 확인했다. 하지만 3일간 비가 내렸다. 수확을 미뤄야만 했다. 1kg 도매가격은 522원(5월 16일).

#1주 전, 비가 그치고 땅이 마르자마자 자색양파 수확을 시작했다. 첫 수확한 물량을 공판장에 가져갔다. 가격은 이미 생산원가를 위협하고 있었다. 1kg 도매가격은 477원(5월23일).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의 한 밭에서 수확중인 자색양파.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의 한 밭에서 수확중인 자색양파.

지난 1주일 사이에도 양파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5월 30일 보통상품 기준 1kg 도매가격은 일반양파가 400원대, 자색양파는 300원대였다.

6년째 일반·자색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김씨는 “현재 공판장 경매가격은 내 노동력을 뺀 생산원가 수준이다. 과잉생산 소문이 나 중간상인들도 산지를 찾아오지 않는다. 양심상 3~4겹일 때 수확할 수는 없었다”며 허탈해 한다. 본인의 노동력을 뺀 양파의 생산원가는 파종 때부터 수확 때까지 들어가는 인건비·운송비 등을 포함해 1kg 당 약 300원 정도다. 김씨는 양파를 뽑아 낸 밭에 계약재배로 콩을 심어 손실을 만회할 예정이다. 가격이 계속 떨어져도 양파 수확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에서 농민 김남중씨가 수확한 양파를 트럭에 싣고 있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에서 농민 김남중씨가 수확한 양파를 트럭에 싣고 있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내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농번기의 주된 노동력은 이주노동자들이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내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농번기의 주된 노동력은 이주노동자들이다.

올해도 양파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재배면적은 지난 해의 양파가격 폭락으로 작년에 비해 17.2%나 줄었다. 하지만 작황호조로 조생종 2만톤에 이어 중·만생종도 생산량이 평년보다 15만톤 이상 과잉생산 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망한다. 중·만생종 수확이 본격화하는 6월에는 가격이 더 떨어질 전망이라 양파 재배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내리에서 이덕한씨(65)가 수확한 양파를 살펴보고 있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내리에서 이덕한씨(65)가 수확한 양파를 살펴보고 있다.

“농민들은 스스로 재배면적을 줄였고 겨울철 기상조건이 좋아 생산량 증가를 우려했다. 지난 2월부터 가격안정을 위해 산지폐기 등의 선제적 대책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미온적이었다. 최근에 시장격리 대책이 나오긴 했지만 가격안정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병덕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사무총장(55)은 정부의 농정 정책에 분노를 쏟아낸다. 현재 정부·지자체가 수매비축과 산지폐기, 물류비 지원을 통한 해외 수출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한 양파는 4만9천톤이다. 전망대로라면 여전히 남아도는 10만톤의 물량 탓에 양파가격 폭락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연리 도로변에 수확한 양파가 쌓여 있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연리 도로변에 수확한 양파가 쌓여 있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 가동리를 지나는 서해안고속도로 다리 아래에 양파가 쌓여 있다. 비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 가동리를 지나는 서해안고속도로 다리 아래에 양파가 쌓여 있다. 비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무안·함평 양파밭에서의 취재를 마치며 기자는 김남중씨에게 20㎏들이 자색양파 1망을 샀다. 8000원이다. 8000원은 산지를 찾아오는 도매인에게 판매하는 현시세라고 했다. 서울로 돌아와 온라인쇼핑몰과 대형마트에서 확인해보니 자색양파 5㎏ 가격이 대략 1만원 내외였다. 김씨에게 산 20㎏으로 환산하면 4만원 정도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의 한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잡초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의 한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잡초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생산자는 8000원에 팔았는데, 소비자는 4만원에 사야한다. 참으로 어이없는 유통 시스템이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만족할 수 없는 구조다. 양파는 배추와 무, 마늘, 건고추와 함께 정부가 가격안정화를 위해 수급조절을 한다. 정부의 농산물 수급 정책은 ‘8000원’과 ‘4만원’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데 그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지금처럼 정책 실패가 계속된다면 해마다 농민들은 도박하는 심정으로 재배할 농산물을 선택해야만 한다. 애써 키운 농작물을 밭에서 갈아엎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내리에서 한 농민이 양파를 뽑고 있다.

전남 무안군 운남면 내리에서 한 농민이 양파를 뽑고 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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