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이 쾅 투안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이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도이머이 경험과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유학파 김정은’ 경제 잘 알아
체제 유지하며 개발 가능해
결심만 하면 발전할 수 있어
“유학파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드시 개방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현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개발을 할 수 있다. 중국보다는 ‘도이머이’ 모델을 참고할 것이다.”
부이 쾅 투안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은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경제개혁과 발전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결심만 하면 다른 국가들처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개방 이래 불평등 확대 등에 대해 부이 소장은 “경제개방 후 수평적 성장만 해왔지 수직적으로 동반성장을 하지 못했다”며 북한에 균형 잡힌 성장을 주문했다.
북·미 협상과 관련해 부이 소장은 “미국은 아직 꺼내지 않은 카드가 많고, 북한은 거의 다 꺼낸 것 같다”며 “이런 북한을 압박하면 부정적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평등하게 협상한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경제전문가인 응우옌 치엔 탕 부소장 겸 사회과학대학원 경제학과장도 동석했다. 응우옌 부소장은 지난달 평양을 방문하고 왔다. 다음은 부이 소장, 응우옌 부소장과의 일문일답.
- 도이머이가 북한에 어떤 의미인가.
“베트남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과의 수교 후 정상국가로, 전 세계 경제권에 참여할 수 있었다. 북한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정상국가들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세계 경제에도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정은체제가 개혁·개방 길로 갈 것으로 보나.
“북한은 개방할 것이고, 그렇게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에서 교육받아 현대 경제권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거라 본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싱가포르를 방문해봤기 때문에 북한도 개방하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응우옌) “최근 5일 동안 평양을 방문하고 왔다. 김 위원장이 4월15일(태양절) 한 대형 쇼핑몰을 열었다. 가보니 하노이 롯데센터나 대형 쇼핑몰과 그렇게 다른 점이 없는 현대식 건물이었다. 북한 과학자협회 측이 조만간 베트남사회과학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베트남과 북한, 한국 3자 포럼을 개최하자고 우리가 제안했다.”
- 북한이 베트남식으로 갈 수 있을까.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변하는 베트남 경제개방 과정을 북한도 다 보고 있지 않나 싶다. 중국 모델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이고, 2030년까지 중국 첨단기술 도입, 인공지능(AI), 태양광 발전 등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이 베트남 개방모델을 따라 하되 100% 똑같이 하진 않을 거다. 각국 모델을 참고할 뿐이다.”
자본은 적고 ‘인프라’는 부족
‘도이머이’ 택할 가능성 높아
- 중국과 달리 북한은 민족자본이 적은데.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선 반드시 인프라를 개발해야 한다. 인프라 개발 과정에 시간, 자본이 많이 든다. 북한이 개방한다면 반드시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그 외 공적개발원조(ODA)도 필요하다.”
- 북한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이 가능할까.
“브루나이나 중동 국가들처럼 따로 왕이 있고 경제 분야는 총리가 담당하는 국가가 많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생각과 정책이라고 본다. 민간경제와 국영경제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없던 국영 부문은 개인 기업에 나눠 경쟁시켜야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
- 베트남 성장 과정에 문제는 없었나.
“성장 과정을 보면 효과적이고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우리가 볼 때 수평적으로만 성장해왔을 뿐 수직적으로 동반성장하지 못했다고 본다. 특히 환경을 보호하지 못해 많은 과제가 발생했다. 성장할 때 따라갈 수 있는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점들이 다 보이기 때문에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에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 장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 미·중이 갈등 중인데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미·중 무역분쟁은 전 세계 미국, 중국과 관계 있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베트남의 1위 교역국이다. 또 전체 교역액 가운데 중국 비중이 22.2%를 차지한다. 올해 들어 4월까지 보면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 베트남의 제1 투자국이다.”
- 베트남은 전쟁으로 통일했고, 한국전은 진행형이다.
“경제개발이나 성장은 평화 속에서만 할 수 있다. 남북이 통일될 수 있는 과정을 보면 경제무역이나 투자 부문에 협력해야 하고, 민간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쟁이 진행형이라 했는데 21세기는 모든 국가가 동반성장하는 시대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가장 중요한 3가지 길이 있다. 첫째는 북한 비핵화가 필수적이고, 둘째는 무역교류가 있어야 한다. 또한 경제협력을 통해 같은 시장에 투자하거나 시장 공유를 하거나, 유럽처럼 화폐도 공유하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응우옌) “남북은 전쟁으로 통일시킬 수도 없다. 베트남은 전쟁을 100년 동안 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과 고통이 있는지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한반도가 빨리 통일될 수 있길 바란다.”
협상 카드 거의 떨어진 북한
압박 계속 받으면 판 깰 수도
신뢰 속 ‘평등한 협상’ 해야
- 북한 비핵화 해법은 무엇인가.
“지금 완전 비핵화나 부분 비핵화 등을 얘기해도 의미가 없다. 신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질 거 같으면 어떻게 하든 크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기 마련이다. 북한에 압력을 주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어떻게 하든 평등하게 협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긍정적인 결과가 있지 않을까.”
베트남경제연구소는
베트남경제연구소(VIE)는 베트남사회과학원 내 34개 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베트남에서 유일한 국책 경제연구소다. VIE 연구자는 베트남 중앙경제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며, 정부에 자문 역할을 한다.
부이 쾅 투안 경제연구소장도 정부의 경제실무팀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지역지속가능연구소장이던 부이 쾅 투안은 지난해 5월 베트남경제연구소장에 취임했다. 부이 소장은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자문 활동으로 높은 신뢰를 얻는 등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베트남 정부는 2021년 제13기 공산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경제연구소는 국내외 경제와 관련해 당대회에서 발행할 정책 관련 문서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