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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경제연구소장 “北, 현 체제 유지하며 경제개발 가능해”

입력 2019.06.11 08:00

“유학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드시 개방할 것으로 본다. 북한의 현재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개발을 할 수 있다. 중국 모델보다는 베트남 ‘도이머이’에 가까울 것이다.”

부이 쾅 투안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은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개방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투안 소장은 “경제개혁과 발전에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결심만 하면 다른 국가들처럼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이머이 경험을 들어 “북한 경제개혁을 위해선 민간 부문과 국영 부문의 경제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며 “국영기업으로 효과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은 민간 기업에 나눠 경쟁시켜야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이 소장은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베트남에 경제개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고 교류를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도이머이 이래 불거진 사회 문제에 대해 부이 소장은 “경제개방 후 수평적 성장만 해왔지 수직적으로 동반성장을 못했다”며 북한에게 반면교사를 삼도록 조언했다. 이어 자원 활용과 환경 보호, 재생에너지 활용 등도 고려한 균형 잡힌 성장을 주문했다.

북·미 협상과 관련해 부이 소장은 “미국은 아직 꺼내지 않은 카드가 많고, 북한은 거의 다 꺼낸 것 같다”며 “이런 북한을 압박하면 부정적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평등하게 협상한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터뷰에는 경제전문가인 응우옌 치엔 탕 부소장 겸 사회과학대학원 경제학과장도 동석했다. 응우옌 부소장은 북한 초청으로 지난달 평양을 방문, 대형 쇼핑몰 등을 보고 오기도 했다. 다음은 부이 소장, 응우옌 부소장과의 일문일답.

부이 쾅 투안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이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도이머이 경험과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경향포럼추진위원회

부이 쾅 투안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이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도이머이 경험과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경향포럼추진위원회

- 도이머이는 미국과 국교 수립 통해 가능했다. 북한에게 어떤 의미인가.

“베트남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과 수교 후 정상국가로 활동할 수 있었고 전세계 경제권에 참여할 수 있었다. 북한도 이런 방향으로 나가면 정상국가들과 관계도 좋아지고 세계 경제에도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김정은 체제가 개혁개방의 길로 갈 거라 보나.

“북한은 개방할 것이고, 그렇게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김 위원장은 스위스서 교육받아 현대 경제권에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잘 알고, 개방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아마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싱가포르를 방문해 봤기 때문에 북한도 개방하면 이렇게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 것이다.”

(응우옌) “얼마전 5일 동안 평양을 방문하고 왔다. 김 위원장이 4월 15일(태양절) 한 대형 쇼핑몰을 열었다. 그 몰에 가보니 하노이 롯데센터나 대형 쇼핑몰과 그렇게 다른 점 없는 현대식 건물이었다. 북한의 제일 큰 과제는 개혁의 진도라 생각한다. 북한 경우는 경제개혁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관련 국가들에게도 달려 있다. 특히 경제개혁을 하더라도 개인 기업 성장은 아직 빨리 할 수 없다. 국영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계획은?

(응우옌) “북한 과학자협회가 조만간 베트남사회과학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때는 아마 경제 관련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북·미 회담이 끝나고 북한과 베트남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기회가 되면 베트남과 북한, 한국 3자 포럼을 개최하자고 우리가 제안했다.”

- 북한이 베트남식으로 갈 수 있나.

“경제개방할 때는 사회주의에서 시장경제로 변하는데 북한도 그런 단계를 다 보고 있지 않나 한다. 시장경제로 변화하고 베트남과 러시아도 성장해왔다고 보고, 북한도 그렇게 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과 중국, 베트남, 러시아와의 관계가 역사적으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도이머이’를 따라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

- 중국 가까운 형태가 아니라 베트남식이나 다른 형태일까.

“북한이 중국 모델은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이고, 2030년까지 중국 첨단기술 도입, 인공지능(AI), 태양광 발전 등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자원도 있고 노동력도 있고 능력을 다 갖추고 있다. 북한이 개방시 본인과 제일 비슷한 모델을 따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이 베트남 개방정책 모델을 따라하되 100% 똑같이 하진 않을 거다. 각국 모델을 참고할 뿐이다. 북한의 장점을 보면, 한국도 그렇고, 일을 열심히 하고, 결심만 있으면 원하는 거 다 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심만 하면 다른 국가들처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베트남과 북한 관계는 어떤가.

“한때 교류가 뜸했을 뿐 좋은 관계로 유지해왔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서 북한이 경제개발 후 베트남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내용을 알아보고 싶어서 교류하자고 제안했다.”

- 북한 현재 지배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이 가능할까.

“제가 볼 때는 그렇게 유지하더라도 경제개발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계에는 군주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도 많다. 브루나이나 중동 국가들처럼 따로 왕이 있고 경제 분야는 총리가 담당하는 국가가 많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생각과 정책이라고 본다. 물론 밑에서 자문하면 참고하지만 지도자의 생각과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한가지 문제가 뭐냐면, 개방했을 때 경쟁시장에 참여하는 것이다. 개인 경제와 국영 경제의 구조를 개편시켜야 한다. 어떤 분야는 정부서 국영기업만 하라고 하니 본인 업무이니 그렇게 성심성의로 일하지 못했다.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없던 부분은 개인 기업에게 나눠 경쟁시켜야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과 개방을 하려면 두가지 부문을 동반성장시켜야 하기 때문에 북한은 아마 베트남이 걸었던 단계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중국은 화교자본이 많고 베트남은 적다. 북한도 민족자본이 적은데.

“북한이 만약 개방할 경우 반드시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그외 북한은 공적개발원조(ODA) 지원도 필요하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선 반드시 인프라를 개발해야 한다. 인프라 개발 과정에 시간, 자본이 많이 든다. 북한이 받을 자본은 투자유치와 ODA다.”

(응우옌) “북한 체제를 보면 독립정신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ODA, FDI를 받더라도 독립적으로 받거나 아니면 다른 국가와 다른 조건으로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응우옌 치엔 탕 베트남경제연구소 부소장 겸 사회과학대학원 경제학과장이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경향포럼추진위원회

응우옌 치엔 탕 베트남경제연구소 부소장 겸 사회과학대학원 경제학과장이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경향포럼추진위원회

- 베트남 성장 과정에 관료주의, 불평등 문제 등 북한에 시사하는 바는.

“경제개방 하고 나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 성장 과정을 보면 효과적이고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지만, 저희가 볼 때 수평적으로만 성장해왔지 수직적으로 동반 성장하지 못했다고 본다. 처음 개방하고 나서 경제만 성장시켜야겠다는 결심이 앞서서 지금은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특히 자원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지 노하우가 없고 환경을 보호하지 못해 많은 과제가 발생했다. 성장했을 때 따라갈 수 있는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문제점이 생겼고, 북한은 지금 그런 문제점들이 다 보이기 때문에 저희보다 훨씬 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북한에서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서 장점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 북 개혁개방시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에 영향이 있을까.

“제가 볼 때 그렇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외국에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는 많은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한 국가에, 한 장소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했는데 다른 시장이 있다고 쉽게 옮길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베트남에 투자하고 나서 베트남 시장도 상당히 큰 시장이라 생각한다. 이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 북한 개방시 러시아-중국-북한-베트남의 ‘구 사회주의권 경제벨트’가 생기는 것 같다.

“이들이 사회주의 바탕 있지만 그렇게 부르는 건 합당하지 않을 거 같다. 왜냐면 어떤 분야 협력, 협상할 경우 국가 대 국가가 하는 거지, 사회주의권·자본국가권으로 나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회주의를 이상주의로 생각하는 국가가 있어 그런 국가끼리 뭉쳐서 어떤 이상형을 이루기 위해 뭉쳤던 것이다. 지금은 각 국가 이익과 국민을 위해 성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뭉쳐서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미·중이 갈등 중인데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미·중 무역분쟁은 한국이나 베트남뿐 아니라 전세계 미국, 중국과 관계 있는 어느 국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베트남의 1위 교역국이다. 또 전체 교역액 가운데 중국 비중이 22.2%를 차지한다. 중국과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근처에 있는 나라다.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베트남, 중국이 많은 우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무역이나 투자 분야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올해 들어 4월까지 보면 한국 아니라 중국이 베트남의 제1 투자국이다.”

부이 쾅 투안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이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경향포럼추진위원회

부이 쾅 투안 베트남경제연구소장이 지난달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경향포럼추진위원회

- 베트남은 전쟁으로 통일, 한국전은 진행형이다.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한국인에게 조언한다면?

“경제개발하거나 성장하기 위해선 평화 속에서만 할 수 있다. 남북이 통일될 수 있는 과정을 보면 경제 무역이나 투자 부문에 협력해야 하고, 민간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거로 생각한다. 전쟁이 진행형이라 했는데 21세기는 모든 국가가 동반성장하는 시대다. 그러기 위해선 경제발전 관계로 유지해야 한다고생각한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가장 중요한 3가지 길 있다. 첫째는 북한 비핵화 필수적이고, 둘째로 무역교류가 있어야 한다. 또 경제협력 통해 같은 시장에 투자하거나 시장 공유를 하거나 유럽처럼 화폐도 공유하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반도가 통일되려면 중요한 게 3가지다. 첫째 양측이 원해야 되는 것이고 둘째는 원하는데 꼭 해야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셋째가 가장 중요한데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진짜 중요한 건 지도자 역할이다.”

(응우옌) “남북한은 전쟁으로 통일시킬 수도 없고 어떤 협의를 통해 통일시켜야 하는데 다른 국가들보다 다르기 때문에 시간도 더 걸리고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베트남은 전쟁을 100년 동안 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과 고통이 있는지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다. 어느 국가보다 한반도가 빨리 통일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북한이 왜 핵무기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생각해보면 다른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핵무기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국에 기지도 있고 사드도 설치했기 때문에, 믿을 수 없기 때문에 핵무기에 집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 포함해 어느 국가도 신뢰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핵무기에 집착한다고 생각한다.”

- 1994년, 2017년 말 한반도는 전쟁 위기를 겪었다. 전쟁이 가능하다고 보나.

“전쟁했던 국가로서 말하자면 한쪽에서 원하는 것이 있어야 전쟁하는 거고, 본인이 이길 수 있을 거 같아야 전쟁을 수행하는 건데, 그렇게 쉽게 전쟁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도 이제 다 알고 있을 거다. 한반도 통일을 할 경우 새로운 접근을 통해서 해야 하는 거지, 21세기는 전쟁을 통해 통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홍콩을 중국이 특수체제로 인정해주듯이 한국도 북한에 대한 제도를 인정해주든가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기 위해선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 강대국 틈새의 한반도가 비핵화 후 ‘비동맹 중립국’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국이 중립국이 되려면 그렇게 될 수 있는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한반도 비핵화가 돼야 한다. 만약 비핵화 할 수 없으면 한국이 어쩔 수 없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해야 하고, 중립국이 될 수 없다고 본다.”

- 북한 비핵화 해법은 뭐라고 보나.

“지금 완전 비핵화나 부분 비핵화 등을 얘기해도 의미가 없다. 신뢰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 때 트럼프가 어느 장소에서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고, 북한 사람들이 놀랐다는 얘기가 있다. 그 부분이 뭐냐면, 서로 신뢰가 없기 때문에 뒷조사를 해야 하는 거고, 몰래 실험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협상할 때는 항상 옵션, 즉 뒤에 카드가 있어야 한다. 제가 볼 때 미국은 아직 꺼내지 않은 카드가 많고, 북한은 카드를 거의 다 꺼낸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만약 질 거 같으면 어떻게 하든 크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북한에게 압력을 주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어떻게 하든 평등하게 협상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긍정적인 결과가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든, 짧게 걸리든 반드시 평화 속에서 한반도가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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