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시대에 맞지 않다” 보안관찰법 개정안 입법예고
폐지 이끈 양심수 강용주씨 “국제사회 비판, 법을 없애야”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준법서약 제도가 3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법무부가 보안관찰 대상자에게 준법서약을 요구하지 않기로 제도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법무부는 보안관찰 처분 면제를 신청할 때 제출하는 서류 가운데 ‘법령을 준수할 것을 맹세하는 서약서’를 삭제하는 내용의 보안관찰법 시행령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했다.
준법서약 제도는 1989년 사회안전법이 보안관찰법으로 대체되면서 도입됐다. 사회안전법에서는 사상범에게 반공 정신 확립, 국가에 대한 충성 등 사상 전향을 요구했다. 보안관찰법은 사상 전향 대신 보안관찰 처분 면제의 전제 조건으로 준법서약을 요구했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준법서약을 받고 가석방 대상자를 풀어줬다.
많은 양심수들이 준법서약도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부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가석방 대상자를 상대로 한 준법서약이 먼저 폐지됐다.
지금껏 이어진 준법서약 폐지에는 최연소 비전향 장기수인 강용주씨(57·사진)의 투쟁이 큰 영향을 미쳤다. 1985년 전두환 정권의 조작으로 의심되는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사범이 된 강씨는 1999년 출소 후 보안관찰 처분 대상자가 됐다. 강씨는 지난해 5월 보안관찰 처분 면제를 요청할 때 필요한 준법서약서 작성을 거부하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보안관찰 처분 직권면제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강씨에게 보안관찰 처분 면제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는 이후 준법서약 폐지를 논의해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상기 장관 부임 후 보안관찰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을 검토해왔다”며 “준법서약서 때문에 면제 청구를 꺼리는 경우도 있고, 서약서로 준법의식을 확인한다는 것이 시대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날 경향신문에 “준법서약서는 전향 제도의 변형”이라며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향 제도를 폐지하라고 싸워온 지 30여년 만에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전향 제도가 공식적으로 없어진다”고 말했다. 또 “야만의 시대에 작은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라며 “유엔과 국제사회가 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하는 보안관찰법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