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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 선동’ 문구만이 아닌 그들만의 메시지로 민중의 사상을 이끌다

입력 2019.06.21 20:40

수정 2019.06.2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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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포스터

메리 긴스버그 엮음·오유경 옮김

북레시피 | 412쪽 | 5만7000원

[그림 책]‘선전 선동’ 문구만이 아닌 그들만의 메시지로 민중의 사상을 이끌다

우리에게 20세기 정치 포스터는 곧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였다. ‘반공 포스터’ 속 그들은 나쁜 집단이었고 무서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면 그때 공산당들은 어떤 포스터를 그렸을까.

언뜻 떠오르는 건 붉은색이 넘쳐나고 총과 칼이 난무하며 선전 선동의 문구로 가득 찬, 그런 형상들이다. <공산주의 포스터> 속 사진들은 그 고정관념을 확인시킴과 동시에 깨부순다. 책은 익숙한 공산국가인 러시아, 중국, 북한뿐 아니라 몽골, 동유럽, 베트남, 쿠바의 포스터 300여 점을 담았다. 하나하나 내용과 의미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데올로기가 읽히고, 당시 국제관계가 보인다.

흥미로운 부분은 몽골과 쿠바다. 몽골엔 문맹자가 많았는데 이는 역설적이게도 포스터의 호소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마르크스주의 이데올로기는 대다수 몽골인들에게 낯설었기 때문에 메시지는 즉각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1924년에 만들어진 몽골의 포스터. 왼쪽 그림에서는 거대한 승려가 인민과 공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반면, 비슷한 오른쪽 그림 속 승려의 입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북레시피 제공

1924년에 만들어진 몽골의 포스터. 왼쪽 그림에서는 거대한 승려가 인민과 공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반면, 비슷한 오른쪽 그림 속 승려의 입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북레시피 제공

여기 두 장의 포스터가 있다. 하나는 거대하고 탐욕적인 승려가 입을 벌리고 있고 그 속으로 인민과 공물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다른 하나 역시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승려의 입에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 당시 몽골에서 가장 돈이 많았던 곳은 불교사원이었다. 이는 공산 정부에는 눈엣가시였다. 그림의 요지는 사원에 용인한 공물 징수의 양을 줄였다는 건데, 여기서 포스터는 몽골 정부와 인민당의 홍보물로 기능한다. 무엇을 무찌르자는 선동이 아닌 두 장의 그림으로 설명을 끝냈다. 쿠바 역시 ‘공산주의 포스터’ 하면 떠오르는 것들에서 비켜난다. 일단 세련됐다. 책에 따르면 쿠바의 포스터 미술이 구분되는 점은 광범위한 내용, 비정통적인 색 사용, 신선한 디자인 양식이다. 이는 국제적 영향력이 강했던 쿠바 미술의 전통과, 실험과 혁신에 열려 있던 혁명 정부와 같은 요소들이 결합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 명의 체 게바라’ 같은 시각적 위트가 용인됐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비트루비안 맨’의 팔과 다리에 자물쇠를 그려 넣는 식의 패러디 기법도 선보였다.

여러 공산국가들을 하나로 관통하는 지점도 있다. 바로 미국이다. 하나의 ‘악당’을 각 나라들이 어떻게 활용하고 표현했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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