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문건 증거 가능성 높아
‘사법농단’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 사진) 사건 재판부가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사법농단 피고인들은 증거로 제출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오른쪽)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는 28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재판에서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절차에서 (법률) 위반 행위를 한 것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 USB에 담겨있던 법원행정처 문건들은 재판 개입 및 거래 의혹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다. 이 때문에 피고인들은 문건들이 증거로 인정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검찰이 USB를 확보한 임 전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이 위법했다고 지적하는 것이었다.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는 사용할 수 없다는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은 검사가 압수수색을 하면서 임 전 차장에게 영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고,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물건이 압수되거나 다른 공간에서 압수가 이뤄져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또 압수 현장에서 USB 안의 파일들을 선별적으로 복제했어야 하는데도 USB 전체를 압수하거나 파일의 상세 목록을 교부하지 않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기 전에 검사가 임 전 차장에게 영장을 제시했고, 임 전 차장이 영장의 내용을 검토해 다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입수한 8635개 파일은 범죄사실과 관련되는 물건이었고, 장소도 영장에 따른 수색장소가 맞다”고 밝혔다.
최근 법원에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들이 잇달았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 1심 재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위사업체 직원 항소심 재판 등이 그 사례다. 하지만 임 전 차장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에 이어 양 전 대법원장 사건 재판부도 검찰의 USB 압수수색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