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서 70년 적대국 북한의 정상과 악수하며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정권 출범 초기 한반도 위기의 원인으로 비판받던 그가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외교적 성과로 꼽힐 수 있는 이번 만남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DMZ 회동을 제안하고 연일 적극적 의지를 피력하며 북한 측의 호응을 유도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이번 방한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배경에는 DMZ 회동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북·미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외교적 치적을 내세울 수 있게 됐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북 관여정책의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다. 자칫 북한 문제가 재선 가도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전 세계가 주목할 북·미 정상의 DMZ 평화 회동은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의 카드였다.
뉴욕타임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긴장이 흐르는 남북 접경지에서 아무리 짧더라도 김 위원장과 만난다면 전대미문의 장면 연출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에 부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재선 캠페인에서 ‘피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부각할 수 있는 대표적 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그는 김 위원장을 만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짧아도 괜찮다며 “한 번의 악수도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2년반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진전을 이룬 것이 사실”이라며 “만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했던 것, 그런 상황으로 나아갔다면 지금 우리는 전쟁, 분쟁 상황에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다”고도 했다. 민주당 정권이 이루지 못한 북·미관계 개선을 자신이 해냈다고 과시한 것이다. 그는 전날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도 “내가 아마도 외교 분야에서 뜻밖의 성공을 거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오래전에 말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도 성과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의 셈법이 바뀌지 않으면 협상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자칫 대북정책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까지 파기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DMZ를 찾아 북한에 긍정적 메시지를 보냈고, 양국 정상 간의 톱다운 외교의 가능성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를 통해 비핵화 실무협상을 이어가고,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어 둠으로써 북핵 문제가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입장차는 평행선이어서 DMZ 이벤트가 실질적 비핵화의 진전과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