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1시간30분간 접견…4차 산업혁명·벤처 등 의견 교환
이재용·정의선·구광모·이해진·김택진 등 기업인들과 만찬도
‘한·일관계 회복 전망’ 질문엔 “그에 대해 많은 대화 나눠” 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 도착,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부회장은 손 회장의 승용차에 함께 탄 채 도착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등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 손 회장이 재일조선인 3세로 알려진 터여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와 관련된 논의도 오갈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그에 관한 별도 논의는 없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접견에서 “동북아철도공동체가 동북아에너지공동체로, 그리고 동북아경제공동체로, 다자안보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 벤처붐 가속화를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창업가들은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도 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년간 1인당 GDP가 일본이 1.2배, 미국이 1.8배 성장할 동안 한국은 3.7배나 성장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투자 때문”이라며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투자된 기업은 매출이 늘고, 이는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며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에서 AI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손 회장은 ‘벤처창업가들에게 도움을 달라’는 문 대통령 요청을 두고 “그렇게 하겠다. 세계가 한국의 AI에 투자하도록 돕겠다”고 했다고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접견은 예정보다 30분 늘어난 1시간30분간 열렸다.
손 회장은 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오후 7시쯤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국내 재계 인사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가구박물관에는 전통정원 성락원이 있다. 만찬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손 회장의 승용차에 함께 탄 채 만찬장에 도착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 30~40분간 승용차 내에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990년대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기업 ARM 인수를 공동으로 추진할 당시 손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2016년 9월 이후 약 3년 만에 공개적으로 만났으며 이날 자리는 이 부회장이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과 재계 인사들은 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등 글로벌 IT 업계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으며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만찬이 끝난 뒤 국내 기업들과의 AI 협업 확대 및 공동 투자 여부 등에 대해 “그렇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연내 실행 여부에 대해선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