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려인을 응원합니다

사진·글 강윤중 기자
[금주의 B컷]나의 반려인을 응원합니다

저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입니다. 저의 반려인인 이정현씨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정현씨가 캄캄한 세상을 걸어갈 때 저는 그림자처럼 동행합니다. 그가 안전하게 길을 걷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일이지요.

얼마 전 정현씨와 함께 향한 곳은 서울시중부기술교육원이었습니다. 조금 낯설었습니다. 서울시장애인기능경기대회가 그곳에서 열렸습니다. 정현씨는 이날 점자 문서를 만들고 교정하는 경기인 점역교정 종목에 참가했습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정현씨의 자리 옆을 지켰습니다. 경기 시간이 참 길더군요. 문서 만들기에 집중한 정현씨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반려견에게는 더없이 지루한 시간이지요.

껌뻑껌뻑 눈이 감겼습니다. 고요한 시험장이 잠을 부르더군요. 잠깐 눈을 감는다 싶었는데,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민망하게 코도 조금 골았던 것 같습니다. 하루를 너무 일찍 시작했나 봅니다. 잠 속에 셔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꿈인가?’ 슬며시 눈을 떴습니다. 카메라 든 아저씨가 저를 찍고 있네요. ‘이 사람이!!’ 언제 끝날지 모를 경기는 계속 진행 중이었습니다.

어쨌거나, 나의 사랑하는 반려인 정현씨가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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