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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권리는 사람이 만든다

“모든 사람은 하늘에서 부여한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진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와 정의 그리고 평화의 기초이다.” 세계인권선언 서문에 등장하는 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권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하늘에서 부여한 것(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선언의 논리는 그 자체로 완결적이다. 세상의 어떤 부모도 아이가 태어날 때 삼신할머니의 실수로 꼭 챙겨 나와야 할 여러 권리들 중에 무엇인가 빼먹은 건 아닌지 확인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선언의 외침은 강렬하지만, 그것만으로 개인에게 권리가 저절로 ‘탄생’하지 않는다.

[시선]사람의 권리는 사람이 만든다

권리는 계속 변화한다. 시간에 따라 없던 권리가 생겨나기도 하고, 생겨난 권리가 성장하거나 때론 후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사람이 존엄하게 노동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는 노동권이라 부른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토지에서 쫓겨나고 가난을 피해 도시로 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할 현실은 ‘권리’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참혹한 것이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일터에 바쳐야 했고, 어린아이들도 노동현장에 내몰렸다. 열악하고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었다.

최선을 다해 일해도 노동자에게는 겨우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돈이 허락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사업주에게 돌아갔다.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병들었다. 사실상 노동자의 생사를 쥐고 흔드는 사업주를 상대로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된 노동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뭉쳐야 했다.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만든 조직, 노동조합은 그렇게 탄생했다. 노동권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무엇이 아니다. 심판이 사라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피를 먹고 자란 것이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각성제를 강제로 먹으며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일하던 청계천 피복 공장의 시다 소녀들의 노동현실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의 절규가 있었던 때가 불과 50년 전이다. ‘워어얼화아수목금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로 지금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주말, 일주일을 열심히 일했으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은 쉴 수 있어야 한다는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것도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권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 개편, 주52시간 적용 등은 기존의 근로기준법 틀에서의 논쟁”이라며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기준’의 시대에서 경제 주체가 자율적으로 맺는 ‘계약’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서는 대체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합의해 온 노동 기준들을 없애고, 노동조건에 대해 사장과 직원이 서로 만나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내버려 두자는 것이다. 시계를 뒤로 돌리다 못해 과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발언이다. 경영계나 기업총수의 발언이 아니라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정당 대표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권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법은 권리의 구체적 내용이며, 국회의원은 그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알바를 해본 사람은 안다. 법에서 정해진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월세를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임대차보호법 법조문을 들이댈 수 있는 담력 있는 세입자는 많지 않다. 법이 사라진 자리에는 현실의 논리가 채워질 뿐이다. 그리고 저런 구시대적인 노동관을 가진 사람이 야당의 원내대표라는 것이 2019년, 슬픈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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