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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으로 ‘팀 코리아’의 팀워크를 만들자

[정운찬 칼럼]동반성장으로 ‘팀 코리아’의 팀워크를 만들자

나는 최근 한 대학에서 ‘한국 경제, 동반성장만이 살길이다’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하였다. 당시 상당수의 수강생들은 지금껏 자신들이 갖고 있던 동반성장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는 강의였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동반성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하나의 비유를 통해 한국 경제의 동반성장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정운찬 칼럼]동반성장으로 ‘팀 코리아’의 팀워크를 만들자

한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기업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주식회사 한국’이 대표적이다. 우리 경제가 발전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쉽게 말하려고 나라경제를 하나의 기업으로 축약한 표현이다.

그러나 ‘주식회사 한국’이라는 구호는 지나치게 기업, 특히 대기업 위주의 시각을 제공한다. 그보다는 국가경제를 스포츠 팀에 비유해보면 어떨까?

한국 경제를 야구팀이라고 가정해보자. 야구팀에서 재벌 대기업을 비유하자면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세계가 탐낼 만한 우수한 성적을 낸다. 그런데 한국 경제라는 야구팀은 스타플레이어 몇몇을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의 성적이 경쟁팀에 비해 많이 뒤처진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그들이다. 문제는 여러 레벨의 선수가 각자의 위치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해 ‘하나의 팀’(One Team)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세계적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점이다. 스타플레이어 몇몇만으로는 경쟁의 효율성뿐 아니라 안정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운이 좋아 가끔 이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선수 구성으로 ‘팀 코리아’가 만족할 만한 성적을 지속적으로 내기란 쉽지 않다.

팀 전체 성적은 좋지 않아도 스타플레이어들의 연봉은 얼마든지 높을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경기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야구라는 스포츠가 첫걸음을 떼던 시절, ‘팀 코리아’의 성적은 전 세계 팀 중 바닥이었다. 그래서 채택한 전략이 선택과 집중이었다.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소수의 선수를 집중 지원해 ‘팀 코리아’를 이끌어갈 스타플레이어로 키우는 것이었다. 그 전략은 주효했다. 그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은 성적을 냈고, 그들의 분발로 ‘팀 코리아’는 불가능해 보이던 승리를 기록하기 시작하였다.

세월이 흘러 ‘팀 코리아’는 어느덧 상위 클래스로 올라섰다. 그러나 최고 수준 팀과의 경기는 종전의 경쟁과는 확연히 달랐다. 경쟁팀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고, 이미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온 경험도 풍부하다. 스타플레이어 몇몇이 주도하는 팀과는 달리 유기적인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팀이다.

창단 이후 ‘팀 코리아’가 세계 바닥권에서부터 중간 그리고 상위 레벨까지 올라오는 동안 스타 선수들의 활약은 핵심적이었고 관중들도 그들을 열광적으로 좋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모든 선수들의 실력이 고르게 향상되었던 것은 아니다. 집중 지원 속에 높은 수준에 오른 몇몇의 스타급 선수와는 달리 많은 선수들의 기량은 아직 세계적 수준에서 경쟁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결국 어느 시점부터 ‘팀 코리아’의 성적은 더 올라가지 않았다.

이렇게 ‘팀 코리아’의 성적 향상 속도가 둔화하자 점차 팀 내 선수들과 관중들 사이에 불만이 쌓여갔다. 팀 성적은 별로 향상되지 않았는데 스타 선수들의 연봉이 과거보다 더 빠르게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팀 전체 수입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타 선수들의 연봉을 올려주다 보니 다른 선수들의 연봉은 동결되었다. ‘팀 코리아’가 이제는 스타가 아닌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지원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라커룸에서 종종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들이 알려지면서 관중들은 스타플레이어들에 대한 사랑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동안 라커룸에서는 몇몇 스타플레이어가 다른 선수들의 라커까지 독점하거나 연습시간과 연습기구를 자신들의 편의대로 사용해 왔다. 그렇게 연습기구와 연습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여러 신인 선수들은 기량을 닦을 기회를 빼앗겼다. 그 결과 그들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고 충분한 연봉을 받을 수도 없었다.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자 스타플레이어들은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왜 관중들은 우리를 과거처럼 좋아하지 않느냐? 우리는 언제든지 다른 팀으로 옮길 수도 있다. 우리가 빠지면 팀 코리아가 제대로 굴러갈 줄 아느냐?”며 감독과 관중들에게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러한 스타플레이어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진 몰라도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기는 힘들다. 스타 선수가 관중들로부터 받았던 사랑과 지지를 회복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타플레이어들 가운데서도 일부는 경기장에서의 활약이 대단할 뿐 아니라 라커룸에서도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팀 분위기를 이끈다. 후배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도 하고, 때로는 직접 시범을 보이며 지도도 한다. 스스로 실력 향상을 위한 연습이나 기술 개발도 남들이 흉내 내기 힘들 정도로 열심히 하며 모범을 보인다. 자신의 연봉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기적인 선수가 아니라 팀 성적을 우선하며 관중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들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으려면 훌륭한 스타 야구선수처럼 하면 된다. 사회의 모든 법률과 규정,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의 게임 규칙을 준수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부단하게 이노베이션하면서 투자에 나서는 재벌을 어느 국민이 시비하겠는가?

중소기업을 원가절감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함께 나갈 수 있도록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지도해주는 기업. 협력 중소기업들을 괴롭히지 않고 그들의 영역을 존중해주는 기업. 그것이 바로 동반성장이 기대하는 존경받는 재벌 대기업의 모습이다.

재벌 대기업들이 이러한 동반성장에 적극적으로 앞장선다면 최근까지 자본주의 경제의 바이블처럼 잘못 인식되던 신자유주의 사고에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한국 자본주의 경제의 미래상이 약육강식처럼 강자의 논리가 아니라 강자와 약자가 서로 시너지를 창출하여 동반성장하는 건강한 자본주의임을 우리 재벌도 바로 인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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