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에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 규모의 무기 수출을 강행하기로 했다.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 데 이어 무기 판매까지 이뤄질 경우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중 재개될 미·중 무역협상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전차·미사일 등 2조원대
국무부, 의회에 승인 요청
대만 “안보 관계 심화할 것”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대만에 M1A2T 에이브럼스 전차 108대, 스팅어 휴대용 방공 미사일 250기 및 관련 장비 등 22억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국방부 계획을 승인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무부는 의회에 해당 무기의 대만 수출을 최종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회는 표결을 통해 무기 판매를 거부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판매는 대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미 국방부는) 대만 군대의 현대화와 방어 능력 유지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M1A2T 에이브럼스 전차 등은 대만의 주력 전차 현대화에 기여하고, 현재 혹은 미래의 지역적 위협에 대처하고 국토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도 “이번 무기 판매가 역내 군사력 균형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만 총통 대변인은 미 국무부의 무기 판매 승인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대만은 방위 투자를 가속하고 미국 및 비슷한 이념을 가진 국가들과 안보 관계를 계속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대만과 단교했다. 이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 정부와 충돌할 수 있는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에도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대만 관계는 지난 5월 미 하원에서 ‘2019년 대만보증법’이 만장일치로 의결되면서 크게 진전됐다. 대만보증법에 따라 미국은 대만에 무기와 전술 등을 제공해 대만의 자위 능력을 강화하고 대만의 수중 및 방공 작전을 위한 전력을 발전시키는 데 협력할 수 있게 됐다.
주중 미·중 무역협상 재개
양국 간 변수로 작용할 듯
중국은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움직임에 노골적인 경계를 보여왔다. 대만을 영토의 일부로 여기는 중국은 미국산 무기가 본토를 겨냥하는 상황을 자국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으며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훼손했다”면서 “즉시 무기 판매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과 대만 군대 간의 연계를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이날 사설에서 미국과 대만의 과도한 밀착을 겨냥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기 판매 승인은 미·중 무역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양국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오사카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휴전과 협상 재개에 합의한 뒤 일정을 조율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번주 중 전화통화를 한 뒤 베이징 등에서 대면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