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지 179일만에 석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이 “지금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제가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2일 오후 5시5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의왕=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2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풀려나고 있다. 2019.7.22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을 놓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거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은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니까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줄였다.
재판 지연 전략을 쓴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양 전 대법원장은 별다른 답변 없이 “비켜주시겠습니까”라며 대기하던 차량에 탑승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들어있던 파일 원본이 검찰이 재판부에 증거로 낸 출력물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면서 쪽수와 글씨체 차이를 놓고 공방하는 모습을 보여 재판 지연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구치소를 나온 양 전 대법원장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취재진 질문에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부장판사)의 직권 보석 허가로 풀려나게 됐다. 당초 구속기간 만료는 다음달 11일 0시지만 20일 일찍 석방됐다. 법원은 주거지·접견·통신을 제한하는 보석 조건을 붙였지만, 외출이 가능하고 증거인멸을 감시할 구체적인 방법은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24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