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한 혐의로 중국인 4명을 기소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둔 시점에서 이뤄진 이번 기소는 미국의 대북 제제 유지 의지를 확인하고, 중국의 제재 이탈을 경고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3일(현지시간) 대량살상무기(WMD) 제조와 관련해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과 금융거래를 한 혐의로 단둥훙샹실업발전의 마샤오훙 대표와 이 회사 최고 경영진 3명이 뉴저지주 연방대배심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고 밝혔다. 국가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미국 상대 사기 및 IEEPA 위반 음모, 대량살상무기 확산제재 규정(WMDPSR)에 따른 제한 위반 및 회피 음모, 금융기관들을 활용한 돈 세탁 음모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IEEPA에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정 국가, 회사, 개인 등에 대한 제재 유지 및 해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IEEPA 위반 혐의는 최고 징역 20년까지 처해질 수 있다.
존 데머스 법무차관보는 “피고인들은 20개가 넘는 유령회사를 이용해 WMD 확산에 관여한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을 대신해 불법 금융 거래를 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마 대표와 그의 직원들은 제재 조치를 회피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자들과 거래를 함으로써 미국을 기만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기소된 4명은 현재 미국에 구금돼 있지 않으며 중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단둥훙샹은 북한에 있는 조선광선은행(KKBC)과 협력했으며 이 회사는 제재 대상인 탄천상업은행, 조선혁신무역회사와 연계돼 있다. 탄천상업은행과 조선혁신무역회사는 북한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상품과 장비의 주요 수출 기관이자 최고의 무기 거래상으로 간주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와의 연계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단둥훙샹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조선광선은행이 연루된 거래를 미국 은행 시스템에서 숨기기 위해 위장회사를 이용했다.
앞서 미 검찰은 3년 전인 2016년 8월 이들 4명을 연방 대배심으로 넘졌고, 이번에 정식으로 기소됐다. 미국 형사법상 일정 형량 이상이 적용되는 연방 형사 사건에서는 대배심을 거쳐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3년 전 미 재무부는 이들을 제재 대상에 등재했다. 북한 WMD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한 첫번째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사례였다. 미 재무부의 제재 당시 중국은 단둥훙샹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훙샹그룹 본사는 2017년 봄 문을 닫았지만 다른 자회사는 영업을 계속 해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추진하는 시점에서 발표된 이번 기소는 북한을 향해 미국의 확고한 제재 유지 의지를 확인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중국에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서 이탈하지 말라는 압박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