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타지 없는 여행
전명윤 지음
사계절 | 292쪽 | 1만5800원
![[책과 삶]여행의 환상 너머로 난 또 다른 여행길](https://img.khan.co.kr/news/2019/07/26/l_2019072701003064200262271.jpg)
거창하게 떠났지만 들꽃 한 송이로 기억되는 여행이 있다. 크고 높고 멋진 걸 보고 왔지만 어떤 이의 미소만 남겨지는 여행이 있다. 이 느낌에 공감한다면 당신에게 이 책은 필독서다. 그래서 <환타지 없는 여행>이란 제목은 역설이다.
책은 여행 가이드북계의 스타 ‘환타’가 실명을 내걸고 쓴 에세이다. 본인의 ‘자금줄’인 여행 가이드북을 대놓고 ‘디스’하기도 하고, 꼭 떠나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작가는 점 찍는 여행 대신 선을 그리는 여행을 권한다. 가이드북에 쓴 빼곡한 일정을 솔직히 자신도 소화할 자신이 없다고. 걷다 바람 냄새가 좋으면 잠시 멈추고, 끌리는 골목이 나타나면 경로에서 벗어도 나고 그게 맛인데 사실 강박에 가까운 일정은 여행을 고되게 한다.
‘환타’의 주 영역은 인도, 홍콩, 일본이다. 지난 16년간 여행가로, 여행작가로 살아왔기에 ‘이야기’마다 역사가 있고 배경이 있다.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의 모습을 소개하고 들러야 할 맛집이 아니라 만나야 할 사람을 중심에 둔다. 책을 읽다 보면 ‘그 오믈렛 숍에 가서 그 배 나온 아저씨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를 신성시한다는 인도에서 목격한 소 뺨 때리는 아저씨 이야기는 웃프고, 홍콩 유명 호텔의 ‘애프터눈 티’ 고객 줄 세우기 이야기는 아프다.
여행은 어쩌면 끝없는 ‘환타지’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없는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돌아와야 할 이유를 찾고, 돌아올 날짜를 정해야 여행입니다. 돌아올 길을 불태우고 떠나면 그때부터 국제 거지가 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