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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 단기적 위기를 장기적 기회로 만들려면

입력 2019.08.11 20:59

  • 박동흠 | 회계사
[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일본의 수출규제, 단기적 위기를 장기적 기회로 만들려면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에 우리나라 국민들도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을 하며 적극 맞대응하고 있다.

불매운동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지만 싸움을 걸어왔으니 적극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국가 간 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인 것은 맞지만 민간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눈에 보이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유니클로 같은 일본 기업의 옷을 안 입고 아사히 맥주를 안 마시고 일본 여행을 안 가는 것은 시장에 대체 가능한 제품이 있기 때문인데, 사실 일본 기업 입장에서 이런 불매운동으로 인해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 브랜드를 갖고 있는 일본 회사 패스트리테일링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간 매출액 23조원 중 약 1조4000억원 정도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 그 비중이 불과 6% 남짓이다. 아사히그룹 역시 총 매출액 약 22조원 중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매출액은 전체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국산품을 애용하는 게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니 나쁠 것은 없다. 단, 불매운동으로 인해 국내 일본계 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의 생계가 우려되는 부분도 있고 여행사와 항공사의 실적 악화 등 파생되는 부작용도 있으니 분명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부품, 소재 관련 산업 자체를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 가치사슬에서 부품, 소재 기업들은 후방산업에 속하다 보니 완제품을 만드는 전방산업에 비해 그동안 육성 자체가 소홀했고 주로 중소·중견기업들이 도맡아 왔다. 부품, 소재를 국산화해도 외국산과 비교해서 원가를 낮출 수 없으면 전방산업에서 외국산을 쓸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보니 관련 기업들이 불확실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를 개발하고 있는 (주)후성의 재무제표를 보면 연간 약 5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회사의 연매출액 2749억원 대비 2%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연구·개발에 너무 소홀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회사의 현금흐름을 보면 최근 3년간 유형자산에 1617억원을 투자하느라 차입금 467억원을 더 빌려온 상황이다.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당장 기존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기 위한 생산시설에 빚까지 내서 투자를 해야 하니 자금상 여유가 없는 게 당연해 보인다.

비교적 큰 기업도 상황이 이러한데 사정이 여의치 않은 작은 기업들에 연구·개발에 더 힘을 내달라고 맹목적으로 주문만 할 수는 없다.

결국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힘을 보태주어야 한다. 세금 감면은 물론 우수인재 확보와 적극적인 산학협력, 개발활동 등을 위해 보조금 지급 규모와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과제 진행이 잘되고 있는지 또는 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원칙대로 철저히 사후관리를 하면 된다. 뜻하지 않게 개발에 실패하더라도 과정상 큰 문제가 없고 불가피한 것이었다면 용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다.

기술과 능력은 있는데 돈이 없거나 미래가 불투명해서 연구·개발을 포기했던 전례를 이번에 분명히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위기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꼭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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