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이라는 책
알렉산다르 헤몬 지음·이동교 옮김
은행나무 | 248쪽 | 1만3500원
풍경 같은 삶이 있을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면 나는 풍경이 될까.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림’으로 박제하고 싶은 건 그래서일 것이다.
<나의 삶이라는 책>은 그 반대다. 힘들고 비루했던 시절, 그때의 ‘나’와 가족 그리고 나라를 종이에 글로 박제했다. 타인의 삶이 궁금한 건 아름다움을 기대해서가 아니다. 저자 알렉산다르 헤몬의 삶은 이에 부응하지만 그는 또 그걸 무겁지 않게, 어둡지 않게 풍경화해낸다.
헤몬은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나고 자랐다. 내전으로 청춘의 시기를 난민으로 보냈고, 미국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본인을 이방인이라 규정짓는 소설가이자 교수다.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 빅터 나보스키(톰 행크스)처럼 27살 되던 해 미국을 방문했다가 고국에 내전이 발발해 영영 발이 묶인다. 책은 그의 회고록이며 첫 에세이다. 삶을 관통했던 사건들을 열다섯 개 단편으로 엮었다. 그는 이방인으로서 느낀 차별을 말하기보다는 ‘다르다’라고 애써 구분 짓는, 스스로 쌓은 ‘차이’라는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부모가 캐나다에서 살 때의 일이다.
“부모님은 우리와 그들 사이의 차이점을 목록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우리는 보스니아인이고 그들은 토종 캐나다인을 의미했다. 그 목록에는 젖은 머리(그들은 젖은 머리로 밖에 나가서 치명적인 뇌염에 걸릴 위험을 미련하게 자초한다), 옷(그들의 옷은 몇 번만 빨아도 금세 해진다)과 같은 항목이 있었다. … 지속적인 비교만이 그들과 말로라도 동일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한 남자의 회고록이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건, 세상과 생각을 기묘하게 엮은 통찰을 읽을 수 있어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