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노조 라이더유니온 “회사가 지휘·감독, 위장 도급” 주장
시급 반토막 건당 수수료 일방 통보…‘노동청 진정’ 무시 일관

박재덕씨는 지난 4월 배달중개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와 시급 1만1500원을 받고 올해 말까지 라이더로 일하기로 배송업무 위탁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회사는 불과 두 달 만에 시급 5000원에 배달 한 건당 수수료 1500원을 받는 것으로 계약을 변경한 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후 박씨는 낮아진 기본급을 배달 건수를 늘려 보충하기 위해 시간에 더 쫓기며 일하게 됐다. 주문량은 늘어갔지만 회사가 라이더를 늘려주지 않으면서 식사를 거르고 배달해야 할 때도 많았다. 그만큼 사고 위험은 커졌다.
박씨는 “다쳐서 입원을 해야 했는데 배달할 사람이 없으니 일을 해줘야 한다고 해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배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은 ‘시급을 더 줄이겠다’며 반협박식으로 더 많은 주문 처리를 요구했고, 다들 계약서 위반이라고 항의했지만 계속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박씨가 이 회사와 체결한 계약서를 보면 “박씨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회사에 종속되지 않으며 위탁업무는 박씨의 재량과 책임하에 수행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 거점 매니저에 의해 상시로 강제배차가 이뤄졌다. 매니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출퇴근·휴무·식사시간을 직접 관리했고, 주말 근무나 다른 지역 파견근무를 지시하기도 했다.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27일 서울 서초구 ‘요기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라이더를 지휘·감독한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이는 위장된 도급”이라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박씨가 노동자로서 마땅히 받았어야 하는 주휴수당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하루 4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12일 고용노동청에 박씨 사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사측은 지난 21일로 예정됐던 노동청 출석일에 불참하는 등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근무조건 개선 협의와 체불임금 지급,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