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98년 한 공원에서 실직자가 신문을 보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과 1년 후인 1999년 해외여행을 떠나려고 김포공항에 몰린 사람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오늘은 경향신문 ‘말 속의 말’ 코너를 통해 1999년 9월의 이날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말은 중요한 ‘도구’입니다. 천냥 빚을 갚기도 지기도 하고, 누군가를 베기도 하지요. 20년 전 이날 오간 말들로 그때로 타임슬립 해보시죠.
■1999년 9월3일 ‘말 속의 말’
▶“1차로 겨우 소주를 마시다 2차로 바로 요란스러운 룸살롱에 들어간 분위기다”
(유지창 국민회의 정책실장 내정자, 외환위기를 맞고 IMF체제에 들어갔던 지난해와 올해의 경제상황과 여건이 급속도로 달라졌다며)
‘끝내 이기리라~’ 박세리가 등장한 광고 기억나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하고 가게가 문을 닫는 등 1997년과 1998년은 참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1,2년 만에 위 사진처럼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로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는 등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경제가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언론은 당시 이같은 상황을 빗대 “한국이 IMF한파 이후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바이 코리아’가 아니라 ‘바이 현대’였나”
(30대 투자자, 현대 주가조작이 사실이라면 바이코리아펀드가 결국 현대를 살리기 위한 것밖에 안 된다며)
당시론 사상 최대규모인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개미들은 분노했습니다. 현대 측은 투자자들의 손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정몽헌 현대전자 회장 3형제 등 정씨 일가가 시세차익을 올린 사실이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고 있던 때라 투자자들은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그 부분은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다. 아니라고 하면 짜고 친다고 할 것이고 그렇다고 하면 저쪽(현대)에서 근거도 없이 말을 만든다고 하지 않겠나”
(서울지검 이휸규 특수1부장, 현대전자 주가조작을 정씨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기업과 정치권을 향한 수사에 시민들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검찰의 답변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짜증’이 묻어나네요. 왠지 이 풍경은 과거의 모습만은 아닌 듯 하지요?
▶“두뇌한국21로 대다수 대학을 무뇌대학으로 만들더니 교육부가 정작 무뇌부네요”
(한 사립대학 교수, 선정 결과가 최근 발표된 뒤 온갖 잡음이 쏟아지자 ‘그럴 줄 알았다’면서)
‘브레인코리아21’ 기억나시나요? BK21로도 불렸던 이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대학들은 엄청난 공을 들였습니다. 그런만큼 선정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당시 교육부는 국내와 국외의 평가 순위가 바뀌자 급하게 다른 기준을 만들어 끼워 넣는 등 탈락 학교들의 불복을 자초했습니다. 무뇌대학을 양산한 무뇌부란 소리가 씁쓸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국회의원들을 조사할 때는 ‘예’ ‘아니오’로만대답하도록 질문해야겠다”
(한 검찰 간부, 파업유도사건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며 신문하고 있는 데 대해)
지금도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청문회에 누군가를 불러놓고 다그치는 모습.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의원님들 앞에 불려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통을 당하게 되지요.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