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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를 생각한다

입력 2019.09.03 20:50

수정 2019.09.03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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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40대의 사회학에 대해 발표했다. 40대를 어떻게 부를까를 놓고 내가 선택한 이름은 ‘낀낀세대’다. ‘낀낀’에는 86세대와 2030세대 사이에 놓인, 앞과 뒤가 다 막혀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호기 칼럼]40대를 생각한다

낀낀세대는 20대였을 때 ‘X세대’라 불렸다. X세대는 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의 소설 <X세대>에서 유래했다. ‘X’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앞선 냉전세대나 히피세대와는 다른, 그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의미에서였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탈권위적 의식을 갖고 있었고, 소비문화에 익숙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성을 중시했다.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이 세대를 ‘자유의 아이들’이라고 이름 짓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X세대의 다른 이름은 ‘신세대’였다. 지금 마흔을 넘긴 이들은 1990년대 초·중반 뜨거웠던 신세대 논쟁을 기억할 것이다. 논쟁의 불을 댕긴 것은 1993년 미메시스가 발표한 책 <신세대: 네 멋대로 해라>였다. 그 부제는 ‘더 이상 탄원은 없다, 돌파하라’였다. 이들은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와 위선적 성격을 거부하고 신세대의 감성 및 문화를 적극 옹호했다.

사회학자 박재흥은 신세대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개인주의·탈권위주의·감성주의·소비주의를 제시한 바 있다. 이 경향 가운데 내 시선을 끈 것은 신세대가 드러낸 개인주의 성향이었다. 우리 현대사에서 신세대는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어 했고, 타인을 의식하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욱 충실하려 했던 첫 번째 세대였다. 86세대의 이념주의적 구속성에서 벗어나 신세대는 개인의 감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로부터 결코 작지 않은 세례를 받은 게 분명해 보였다. 이 점에 착안해 나는 신세대를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주의 세대’로 명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신세대의 개인주의는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성립된 97년체제는 개인주의와 연관성이 높은 신자유주의를 자신의 경제원리로 삼았지만, 이 신자유주의적 개인주의는 시장에서의 개인의 경쟁력을 특권화시키는 ‘시장적 개인주의’였다. 이 시장적 개인주의는 신세대에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압박을 강제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감성적 개인주의’와 결합해 신세대의 복합적 내면을 구성하게 했다.

내가 주목하려는 것은 1990년대로부터 시간이 흘러 20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이제 낀낀세대가 된 이들의 내면풍경이다. 젊은 시절 품게 된 감성·사유·세계관은 나이가 들면서 변하지만, 동시에 쉽게 퇴색하지 않는 도장의 붉은 인주처럼 선명히 각인돼 있기도 하다. 오늘날 낀낀세대의 내면세계는 민주화의 가치에 공감하면서도 그 엄숙하고 권위주의적인 방식은 거부하고, 신자유주의적 경쟁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도하고 비인간적인 강제를 비판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젊은 시절 내면화한 개인주의가 여전히 저류(底流)하고 있음을 증거한다.

일각에선 낀낀세대가 86세대의 장기적 영향력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주도적 세대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 역시 낀낀세대가 선배세대인 86세대와의 경쟁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97년체제의 등장으로 인한 경제적 좌절의 상처와 86세대의 장기적 헤게모니에 따른 사회적 적응의 상처를 주목할 때 낀낀세대는 ‘상처받은 개인주의 세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평균수명의 증가가 가져온 사회활동 연령의 연장을 고려할 때 낀낀세대가 우리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시기는 이제부터라고 볼 수도 있다. 시간을 이기는 세대는 없다. 오히려 낀낀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떤 리더십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것인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낀낀세대는 민주화의 가치를 공감한다는 점에서 86세대와, 개인주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밀레니얼세대와 통한다. 끼여 있다는 것은, 발상을 달리하면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두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그리하여 통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점에서 40대에게 부여된 과제 중 하나가 점증하는 세대갈등에서 이러한 교량적·포용적·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학 연구자로서 세대 문제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같은 세대라도 그 안에는 이념 또는 계급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고, 이 변수들은 세대를 넘어 더 큰 영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대문화, 세대갈등, 세대정치에서 볼 수 있듯 세대는 분명 사회변화를 이끄는 동인의 하나다. 후자의 관점에서 40대를 지켜봐온 내 생각을 여기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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