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일왕 숭배·징병 거부
최소 66명 고문·형벌 겪어
80주년 특별전시회 열려
1939년 서대문형무소에 구금된 등대사원들의 사진과 수형 기록 카드.
한국 최초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인 ‘등대사 사건’의 재판 기록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3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등대사 사건 8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가 열렸다. ‘변하는 역사, 변하지 않는 양심’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국사편찬위원회가 소장 중인 6000쪽 분량의 재판 관련 기록, 옥사자 사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가해진 고문 사례 등이 공개됐다.
등대사 사건이란 1939년 6~8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일왕 숭배와 징병을 거부한 등대사원(현 여호와의증인 신도를 지칭하던 용어)을 체포·수감한 사건이다. 최소 66명이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기소돼 평균 4년6개월 이상 옥고를 치렀다.
이들은 서대문형무소로 이감된 뒤 매일 아침 일왕 숭배를 강요당했다. 거부하면 모진 고문과 형벌을 겪었다. 66명 중 최제형씨(당시 22세) 등 6명이 옥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등대사 사건은 국사편찬위가 펴낸 ‘한민족 독립운동사’에서도 ‘항일운동’으로 기록하고 있다.
1939년 체포돼 5년5개월 수감됐던 장순옥씨의 장녀 박현숙씨(71)도 이날 개막식에 참석했다. 장씨는 궁성요배(일왕을 향해 절하는 것)를 끝까지 거부하다 체포됐는데, 경찰 유치장에서만 매일 신문을 받으며 1년 넘게 구금됐다.
이날 공개된 장씨 녹취록을 보면, 장씨는 “경찰에서 아무죄도 없으니까, 한마디 ‘안 믿겠다’고만 하면 그냥 나가는 거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어머니는) 6년 가까이 모진 형벌을 겪다가 해방 이후에나 출소했다”며 “임신 중에 수감돼 유산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39년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서 4년6개월 수감됐던 옥지준씨의 피의자신문조서가 공개됐다. 옥씨는 “현재의 지나사변(중일전쟁)에 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일본 경찰의 질문에 “중일전쟁은 일종의 전쟁으로서 양국의 군인들을 다수 죽입니다. 저희들이 믿는 여호와 하느님은 인간을 죽이는 일을 허락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저희들 신자들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등대사 사건에 대해 “본인들은 종교적인 신념을 지킨 것이었겠지만, 독립운동 아닌 독립운동을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1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옥지준씨의 후손으로 4대째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옥규빈씨(24)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인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옥규빈씨는 “할아버지가 끝까지 자신의 양심을 버리지 않은 점이 자랑스럽다. 저도 끝까지 제 신념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