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함께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격 경질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이견이 컸음을 인정했다. 백악관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한 것은 북·미 대화에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의심하면서 일괄타결 방식의 ‘빅딜’을 강하게 주장했던 볼턴의 퇴장함으로써 북한을 협상에 나서도록 추동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북 정책이 유연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과연 얼마나 유연해질지는 두고 봐야 하며,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볼턴과 북한의 악연은 길고 깊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조지 W 부시 정권 때 대북 강경책을 주도한 매파로 유명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서는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해 북한의 강한 반발을 샀다. 올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일괄타결식 빅딜을 고집해, 협상이 결렬되게 만든 주범으로 지목됐다. 그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과거에 핵 프로그램 양보를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얻은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진정한 이슈는 북한이 핵포기를 위한 명확한 전략적 결정을 내릴지 여부”라고 말했다. 북한도 볼턴에에 대해 ‘인간 오작품’이라며 알러지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볼턴의 퇴장은 곧 재개될 북·미 실무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국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나와 “볼턴의 성격과 위치를 감안하면 북·미 협상의 걸림돌 일부가 제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한이 ‘볼턴이 없는 상황’을 시험하기 위해서라도 실무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초강경 매파가 사라지면서 다각적인 외교노력을 펼쳐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좀 더 유연하게 활동할 공간이 넓어질 수 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 북한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단계적 비핵화’라는 현실성 있는 방식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열렸다.
반면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실질적으로 크게 변화하지는 않으리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볼턴이 물러났어도 의회 등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견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전 세계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남으로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구체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가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