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에너지
우주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보통 물질은 채 5%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26.8%의 암흑 물질과 68.3%에 달하는 암흑 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별과 별 사이 암흑으로만 보이는 그곳이다. 우주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암흑 에너지는 아직 그 존재가 증명된 적이 없다. 추정만 될 뿐이다. 우주 가속 팽창 이론의 주요 버팀목인 암흑 에너지가 존재하지 않으면 지금의 표준 우주론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사진은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바라본 우리 은하계의 모습.
미 항공우주국(NASA) 제공
우주의 구성은 위 표와 같다
가장 많은 것이 ‘암흑에너지’다
존재는 과학자 모두 인정하나
우주공간에 균일하게 퍼진
‘에너지 밀도’로 이해할 뿐이다
현재 우주의 나이는 약 138억살. 현대 표준 우주론이 맞는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우주는 보통 물질 4.9%, 암흑 물질 26.8%, 그리고 암흑 에너지 68.3%로 구성돼 있다. 연구 결과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플랑크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 값들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최선이다. 이 값들의 자체 오차도 아주 작고 독립적인 다른 연구에서도 이 값들과 비슷한 결과를 얻고 있다. 이들 값과 함께 허블 상수나 우주의 나이 같은 우주론의 중요한 요소들의 값도 각각 작은 오차 속에 결정돼 있다. 서로 다른 연구의 결과 값들이 일부 불일치는 있지만 놀라울 정도의 정밀도로 일치하고 있다. 그래서 이 모든 값들이 조화롭게 거의 모든 관측 결과와 이론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의미에서 현대 우주론을 ‘조화 우주론’이라고까지 부르곤 한다.
우주론의 각 요소 값들의 관측 오차가 줄어들다보니 다른 연구 결과에서 도출된 값들이 서로의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허블 상수 값을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새로운 우주론을 향한 발화인지 한 값으로의 수렴을 향한 과정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우주 구성원들의 상대적인 비율도 연구 결과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플랑크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 값은 상당히 견고한 결과인 것 같다.
보통 물질은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을 말한다. 우리들 자신도 보통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별도 마찬가지다. 암흑 물질은 빛을 내지 않지만 질량을 갖고 있어서 중력적인 작용을 하는 물질을 말한다. 관측을 통해서 알려지지 않았던 암흑 물질의 일부가 발견됐지만 26.8%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암흑 물질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정체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암흑 에너지는 더 문제가 크다. 암흑 물질은 일부지만 그 정체가 드러난 경우도 있고 찾아야 할 후보를 특정하고 관측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에 암흑 에너지는 우주 구성원의 68.3%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번 세기 천체물리학의 최대 난제라고 하겠다.
암흑 에너지의 존재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기보다는 존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독립적인 관측 결과들이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암흑 에너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그 기능에 대해서는 명확하다는 이야기다. 암흑 에너지는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퍼져 있는 에너지라고 가정한다. 우주의 가속 팽창이라는 관측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도입된 것이 암흑 에너지라는 가상의 요소다. 따라서 암흑 에너지는 태생적으로 우주가 팽창하면 가속 팽창을 돕는 역할을 하는 속성을 지녀야만 한다. 암흑 에너지는 공간의 본질적인 특성이고 부피에 관계없이 일정한 에너지 밀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퍼져 있으면서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그 비중이 늘어나서 가속 팽창을 돕는 속성을 가져야만 하는 암흑 에너지가 존재해야만 한다는 관측 결과는 꽤나 견고한 것 같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초신성 관측으로 증명도 됐다
이를 돕는 것이 ‘암흑에너지’다
또 우주는 편평하다는데
평균밀도는 임계밀도에 ‘미달’
무언가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
그것이 ‘암흑 에너지’라는 것
1998년에 제Ia형 초신성 관측을 바탕으로 우주가 가속 팽창 중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솔 펄머터(Saul Perlmutter), 브라이언 슈밋(Brian Schmidt), 그리고 애덤 리스(Adam Riess)는 이 업적을 바탕으로 2011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수상 당시 우주의 가속 팽창이라는 결과에 노벨상을 수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과학계는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이미 확고한 사실로 받아들였고 노벨 물리학상이 수여되었다.
초신성은 폭발 당시에는 그 밝기가 원래 밝기의 1000억배까지도 밝아지기 때문에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관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또한 폭발의 물리적인 메커니즘이 상대적으로 분명해서 초신성의 실제 밝기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탄탄한 편이다. 거리가 멀어지면 겉보기 밝기는 어두워진다. 초신성의 진짜 밝기를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초신성의 겉보기 밝기를 측정한다면 그 초신성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에 속한 초신성의 폭발 당시 밝기를 측정하고 진짜 밝기와 비교함으로써 그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한편 그 은하까지의 적색이동 값을 구한 후 비교하면 우주론에서 필요한 여러 요소들을 구할 수 있다. 초신성을 일종의 거리를 구하는 표준촛불로 사용하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에서 발견된 초신성을 관측하고 그 은하들의 적색이동 값을 관측해 비교하는 작업을 통해서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었다. 1998년에 역사적인 논문이 발표된 이후 초신성을 표준촛불로 활용한 관측이 이어졌고 연구가 계속됐다. 지금까지의 결론은 대체적으로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원래 결론을 지지하는 쪽에 기울어 있는 것 같다.
초신성 관측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알리는 관측 결과들이 종종 발표됐었다. 주로 우주의 거대 구조 형성과 관련된 연구에서 암흑 에너지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곤 했다. 1998년 이후로도 더 자세한 우주의 거대 구조 연구가 이어졌다. 일반적인 결과는 우주의 거대 구조 관측 결과가 우주의 가속 팽창을 전제로 한 우주 모형과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우주배경복사의 관측이 활발해지면서 우주의 가속 팽창에 대한 증거는 늘어만 갔다. 우주배경복사 관측 결과 우주의 위상이 거의 편평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주 모양이 편평한 상태를 보이기 위해서는 우주의 평균밀도가 임계밀도와 같아야만 한다. 그런데 우주의 평균밀도는 임계밀도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되었다. 나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무엇인가가 존재해야만 했다. 이렇듯 암흑 에너지는 우주 물질의 총량과 다른 한편 측정된 우주의 기하학적 모양을 조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다. 플랑크 우주망원경의 관측을 바탕으로 추정한 값인 암흑 에너지 68.3%, 암흑 물질 26.8% 그리고 보통 물질 4.9% 비율이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암흑 에너지의 존재는 현재 표준 우주론 입장에서 보면 필요불가결한 것처럼 보인다. 우주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도 비교적 정확하게 추정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그 정체다. 암흑 에너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암흑 에너지의 물리적 특성과 역할은 상대적으로 분명하다. 가속 팽창을 돕는 우주 공간에 균일하게 널리 퍼져 있으며 부피와 관계없는 속성을 지닌다.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장방정식에 도입했던 우주상수가 암흑 에너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우주의 팽창을 막는 역할을 하도록 고안된 우주상수가 암흑 에너지의 속성을 지닌 채 관측 결과와 일치하는 형태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초기의 급팽창 시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진공에너지를 암흑 에너지로 여기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암흑 에너지가 해야만 하는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암흑 에너지의 정체에 가장 근접한 후보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정량적인 물리량과 관측에서 요구되고 있는 값 사이에 큰 차이가 있는데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일부선 존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언가 분명 있는데,
있어야만 하는데,
그 정체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법칙이 완전하지 않은데 이것을 수정하면 암흑 에너지의 존재 없이도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크게 호응은 받고 있지 못하지만 현재의 표준 이론에 대한 도전이므로 늘 관심의 대상이다. 암흑 에너지 존재가 환영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다른 한편에는 초신성을 표준촛불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던지는 천문학자들이 있다. 모든 초신성의 밝기가 정말 똑같은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것이 흔들린다면 이로부터 구한 모든 물리량들이 의심을 받을 것이다. 초신성의 겉보기 밝기를 관측할 때 생기는 먼지에 의한 빛의 감소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보정이 정확하지 않으면 그다음의 결과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8월6일 물리학 저널인 ‘PHYSICAL REVIEW LETTERS’에 흥미로운 논문이 한 편이 실렸다. ‘Experiment to Detect Dark Energy Forces Using Atom Interferometry(원자 간섭계를 이용한 암흑 에너지 포착 실험)’라는 제목의 논문인데, 요점은 암흑 에너지가 새로운 제5의 힘일 가능성을 살펴봤는데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암흑 에너지의 정체 문제에 접근하는 시도는 많지만 역시 뚜렷한 결과를 던지지는 못하고 있다.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17년 11월호에는 ‘Apparent cosmic acceleration from Type Ia supernovae(제Ia형 초신성에 의한 겉보기 우주가속팽창)’라는 논문이 한 편 실려 있다. 초신성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가속 팽창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가속 팽창이 없는 상태라고 가정하고 관측 결과를 표준 우주 모형에 적용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나아가서 초신성을 표준촛불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초신성이 포함돼 있는 은하 내의 먼지에 의한 초신성의 겉보기 밝기 감소가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이다. 거의 모든 천문학자들이 이 의견에 동의한다. 다만 그 보정 방법과 정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를 핵심적인 문제로 보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초신성의 진짜 밝기가 모든 초신성에 대해서 똑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초신성을 사용해서 측정한 거리에 문제가 생긴다. 가속 팽창의 실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가속 팽창과 이를 이끄는 암흑 에너지의 존재는 초신성 관측 연구를 통해서만 나온 것이 아니다. 우주배경복사 관측과 우주 거대 구조 관측 결과 등 독립적인 많은 관측 결과가 암흑 에너지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부인하려면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설명이 동시에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의 많은 관측 결과들은 그 정체가 아직 불분명하지만 여전히 암흑 에너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가속 팽창을 지지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암흑 에너지의 정체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더 많은 도전이 필요한 시기다.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과학책방 ‘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