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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만 보았던 책, 재료와 속살을 보다

입력 2019.09.20 20:36

수정 2019.09.2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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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책

키스 휴스턴 지음·이은진 옮김

김영사 | 596쪽 | 2만4800원

[책과 삶]글로만 보았던 책, 재료와 속살을 보다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대형서점에 들어서면 풍겨오는 특유의 ‘향’이 있다. 눈을 감고도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게 하는 그 냄새. 종이 향과 비슷한 그 공기는 왠지 독서라는 행위의 설렘지수를 높여주는 것 같다. <책의 책>은 그런 책이다. 그야말로 당신이 몰랐던 ‘책에 관한 모든 것’이다.

일단 표지가 남다르다. ‘여기는 책입, 여기는 책발, 여기는 책머리’라고 설명해주는 표지라니. 머리띠 싸개, 책홈, 책등이 책의 어느 부분인지 아는가. 혹자에게는 과한 정보, 요샛말로 ‘TMI’일 수 있겠으나 그게 이 책의 매력이다. 책을 ‘애정’하였으나 글만 봤던 이들에게 책을 어떻게 더 사랑해야 하는지 <책의 책>은 몸소 알려준다.

시작은 재료다. 파피루스부터 양피지와 종이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에서 본 듯하지만 내용은 그 이상이다. 한 예로 양피지 표본 사진 속에 물줄기 같은 선이 뚜렷이 보이는데, 설명을 보니 피가 빠져나간 정맥 자국이란다.

다음은 익숙한 구텐베르크가 등장하는 ‘본문’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마지막은 제본·판형 등을 다룬 ‘형태’로 마무리 짓는다.

여기에 또 하나 특별한 19세기 책 사진이 있다. 언뜻 보기엔 가죽으로 된 제목 없는 고급 앨범 같은데 설명이 충격적이다. “옻나무로 직접 무두질한 여성의 피부로 제본한….” 이 책의 제목은 ‘처녀들의 순결과 타락에 관한 생각’이라고.

이처럼 책은 교과서다울 것도 같지만 곁가지로 한번 더 들어간 걸 보여주기에 따분하지 않다.

<책의 책>으로 알게 된 사실 하나 더. 책마다 저작권 페이지가 있는데 ‘중성지에 인쇄했다’란 문구나 상징 기호가 없다면 그 책은 향후 수십년 안에 산산이 바스러질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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