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순회대사 “현명한 결단”…리비아식 대체할 미국의 해법 기대
이도훈 “북·미 채널 열려 있어”…이달 말 스웨덴서 실무협상 가능성
북한이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을 뜻하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것을 환영하며 협상 결과에 낙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왼쪽 사진)는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대사는 이어 “나는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셈법 변경’을 요구해온 북측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자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김 대사가 ‘낙관’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북·미 양측이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이어 “조미 실무협상 우리 측 수석대표로서 나는 시대적으로 낡아빠진 틀에 매여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거치장스러운 말썽군이 미 행정부 내에서 사라진 것만큼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 경질과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 발언에 상당히 고무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측이 실무협상 대표로 김 대사를 공식 호명하고 전면에 내세운 것은 처음이다.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 그 내용을 다 알 수 없지만,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비핵화 해법으로 자신들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으로 협상을 끌고가려는 의도를 비친 것이다. ‘포괄적 합의’를 선호하는 미국과의 실무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은 비핵화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시작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비핵화의 최종 상태는 열어두고 영변 핵시설부터 시작하자는 입장”이라며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진행하자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이 “매우 큰 잘못이었다”고 비판한 데 이어 18일에도 리비아 모델 언급이 북·미 간 대화 국면에 큰 차질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2003년 핵과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한 뒤 이를 이행했지만 이후 카다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의해 살해됐다. 북한은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것은 핵을 먼저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리비아 방식에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김 대사는 “발언 내용의 깊이를 떠나서 낡은 방법으로는 분명히 안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대안으로 해보려는 정치적 결단은 이전 미국 집권자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또 할 수도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이어 “우유부단하고 사고가 경직되었던 전 미국 행정부들이 지금 집권하고 있다면 조선반도에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조성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은 19일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달 말 이내 (실무협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미 사이에는) 뉴욕 채널이 항상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스웨덴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