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북핵 위기 때부터 20년 넘게 대미 협상 참여
핵·미사일 협상에 정통…재량권 발휘는 어려울 듯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60·사진)가 지난 20일 발표한 담화에서 자신을 “조미(북·미) 실무협상 수석대표”라고 밝혔다. 김 대사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임을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셈이다.
김 대사는 20년 이상 미국과의 핵·미사일 협상에 참여해온 베테랑 외교관이다. 1990년대 초 1차 북핵 위기 때부터 대미 협상에 참여했으며, 북한 핵·미사일 협상의 역사와 대응 전략 전술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북한이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과의 핵 협상에 대비해 극비리에 조직했던 외무성 ‘핵 상무조(태스크포스)’ 창립 멤버로 알려졌다. 핵 상무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조직했고, 당시 국제기구국에 근무하던 리용호 현 외무상도 선발됐다. 이 조직은 1994년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가 채택될 때까지 핵 외교 전략의 수립과 집행을 전담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1990년대 중반 통역으로 상무조에 참여했다.
김 대사가 대미 외교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1995년 경수로 공급 협상에 참여하면서다. 2000년 10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미국 방문 대표단원에 공식 포함됐다. 2007년 북·미 핵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 해결 협상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후 2009년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를 마치고 귀환해 아시아·태평양국장을 맡았으며 최근까지 주베트남 대사를 지냈다. 이 같은 경력은 실무협상 수석대표로 발탁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는 평범한 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 영문과에 입학하고 재학 중 영어권인 남미 가이아나에서 유학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이 때문에 김 대사가 북·미 협상에서 재량권을 갖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협상가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김 대사는 상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으로 인정받은 인물”이라며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철저하게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역할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