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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생태학적 계몽

입력 2019.09.24 20:52

수정 2019.09.2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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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은 오랜 관심사의 하나였다. 사회학이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이라면, 그 관계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생태학은 인간과 자연, 사회와 자연의 관계를 탐구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삶과 사회를 모색한다.

[김호기 칼럼]기후위기의 생태학적 계몽

생태학 저작들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인 책은 미국 산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알도 레오폴드가 쓴 <모래 군(郡)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1949)다. 이 책 제2부에는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에세이가 나온다. 레오폴드가 산림감독관으로 일했을 때 겪었던 늑대 사냥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는 즉각 (늑대) 무리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 총이 비었을 때 늙은 늑대는 쓰러졌고, 새끼 한 마리는 빠져나갈 수 없는 돌무더기를 향해 필사적으로 다리를 끌고 있었다. 늙은 늑대에게 다가간 우리는 때마침 그의 눈에서 꺼져가는 맹렬한 초록빛 불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때 그 눈 속에서 아직까지 내가 모르는 오직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명멸하는 초록빛 불꽃을 통해 레오폴드가 발견한 것은 인간이 아닌 늑대와 산만이 알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었다. 레오폴드는 인간을 넘어선 생태계 전체의 관점을 주목한다. 그리고 이를 ‘산처럼 생각하기’라는 말로 은유한다. 늑대와 가문비나무는 물론 거센 강물과 침묵하는 산 모두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다. 레오폴드의 이 선구적 통찰은 환경운동가 존 시드와 심층생태학자 아르네 네스 등이 참여한 저작 <산처럼 생각하기>(1988)의 생태학적 계몽으로 부활한다.

생태학적 계몽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 및 사고의 근본적 변화를 요청한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고 자연을 인간의 욕구충족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한, 생태위기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생명권을 이루는 동등한 존재라는 생태학적 계몽에 입각하여 생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 앞에 우리 인류는 위태롭게 서 있다. 이 계몽과 극복은 모든 이념을 아우르는 인식틀이자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폭염·태풍·홍수·한파 등 너무도 분명하다. 생물다양성 감소, 해수면 상승, 미세먼지 악화 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후변화’는 ‘기후위기’란 말로 대체되고 있다. 기후가 처한 현실의 긴박함과 비상상태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기후위기 계몽에는 청소년들의 역할이 크다. 특히 열여섯 살의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활동이 눈부셨다. 툰베리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등교 거부 운동을 주도했고, 지난 8월에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 요트를 타고 보름 동안 대서양을 횡단해 ‘글로벌 기후 파업’에 참석해 힘을 더했다. 23일 열린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들 앞에서 “당신 지도자들은 우리 모두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기후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1일 330개 단체로 이뤄진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서울 대학로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해 지속 가능한 저탄소 경제로의 조기 전환을 위한 방안 모색, 녹색기후기금(GCF) 공여의 2배 증액,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의 2020년 서울 개최를 약속했다. 더해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다.

2009년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서 위험의 실체가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기에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기후변화의 예방 및 대응책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변화는 위기로 바뀌고, 그 위기는 다시 대재난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는 결국 정치적 결단과 행동을 요구한다. 기후행동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재적 과제다.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지속 가능한 생명의 지구를 물려줘야 할 엄중한 책임이 우리에겐 존재한다.

<모래 군의 열두 달, 그리고 이곳저곳의 스케치>로 돌아가면, 레오폴드는 말한다. “오직 산만이 늑대의 울부짖음을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아 왔다.” 이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그 주인은 인간과 늑대와 산을 모두 자신의 식구들로 넉넉히 품어 안은 지구 그 자체이자 전체다. 이 아름다운 생명의 지구를 생각하고 또 행동할 수 있는 한 주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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