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의 대안 ‘커먼즈’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우버와 위워크가 최근 들어 실적에서도, 자본시장의 평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은 아예 장래가 없다고 단언하기까지 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플랫폼이라는 것이 과연 사적 소유에 기초한 영리 사업체라는 형태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세상읽기]플랫폼 기업의 대안 ‘커먼즈’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그 ‘초연결성’이라는 것으로 인해 경제적 자원으로 연결되는 것의 폭이 폭발적으로 넓어졌고, 이에 플랫폼이라는 것이 경제 활동을 조직하는 핵심적인 장치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전까지 사용되지 않았던 사람과 유형·무형의 ‘유휴 자원’을 연결하여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일종의 노다지로서 플랫폼이라는 것이 나타났고, 이것이 ‘공유경제’라는 상당히 그릇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플랫폼이 투자자들의 사적 소유물로 되어 있으며, 따라서 이를 통과하는 모든 ‘유휴 자원’들이 이윤을 내는 상품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유휴 자원’들이 쓰이지 않고 있는 데에는 모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를 플랫폼에 단순히 등록한다고 해서 바로 자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유휴 자원’들이 쓸모를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관계를 창출하고, 기존의 관계를 다듬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플랫폼을 쥐고 앉아 이윤만 기다리는 기업 형태로는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스스로를 바꾸어 나가는 능동적 주체가 될 때에만 이러한 혁신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플랫폼 기업들이 초기의 열광과 거품 속에서 이야기된 만큼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서 떠오른 플랫폼 경제라는 것이 그 잠재적 가능성을 최대한 펼쳐내 효율적이고 생태적이면서도 인간과 자연에 최대한의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전환될 대안적인 조직 방식은 없을까? 여기에서 플랫폼 협동조합이나 커먼즈 등의 형태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커먼즈(commons)는 ‘공유지’나 ‘공유 재산’이라고 번역될 때가 많지만, 이는 소유 대상에만 의미가 국한된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운 번역이 아니다. 커먼즈는 플랫폼이 투자자의 배타적 소유물이 되고 거기에 연결되는 모든 것들은 철저히 수익성이라는 관점에서 가격이 매겨지는 상품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참여하는 모든 이들, 심지어 직접 참여하지 않는 폭넓은 공공의 공동 소유가 되면서 그 모든 이들이 자기들의 자원을 합치고 운영하며 거기에서 나온 이익을 함께 배분하고 향유하는 전체의 과정을 함께 관리하는 전 과정을 일컫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10월2일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는 ‘글로벌 커먼즈 포럼’을 개최한다. 올해의 주제는 ‘도시에서의 기본적 필수품들을 어떻게 커먼즈 경제로 조달할 것인가’이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에 걸쳐 폭발적으로 진행된 도시화 속에서 기존의 도시는 생태 위기와 극심한 불평등 등의 근본적 도전에 처해 있다. 그 답으로서 커먼즈를 제시하고자 한다. 커먼즈를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새로운 대안적인 경제 조직의 방법 및 형태로 이해한다면 커먼즈를 활용하여 도시의 식량, 주거, 에너지, 이동성 등과 같은 기본적인 필수품들을 조달하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미 국내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커먼즈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 4개와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단체 6개가 참여하여 실제의 활동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앞으로의 전망과 가능성은 어떠한지, 어떠한 준비와 결의가 필요한지 등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기조 연설을 맡은 P2P 재단 창립자인 미셸 바우엔스는 21세기 자본주의의 ‘거대한 전환’에 있어서 갖는 거시적 의미를 밝히고 이것이 어떤 방식으로 전 지구적인 운동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할 것이다.

이 포럼의 구호는 ‘삶, 자유, 커먼즈’이다. 옛날 존 로크는 ‘삶, 자유, 사적 소유’를 근대사회의 핵심 원리로 제시하였으며, 그 이후 300년에 걸쳐 이는 영국과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에 걸쳐 얼추 비슷하게 실현되었다. 그런데 이를 통해 일부 ‘개인’(아마도 상위 20% 정도)의 삶과 자유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은 근본적 생태 위기로 백척간두에 서 있으며, 우리의 자유는 극심한 불평등으로 위태로운 상태이다. 그래서 우리는 외친다. ‘우리 모두’의 삶과 자유를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적 소유만이 아니라 커먼즈가 필요하다고. 우리의 삶도 커먼즈이며 우리의 자유도 커먼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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