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주재 한국 대사관의 관저 요리사로 일하던 8년 경력의 요리사 ㄱ씨는 최근 대사 부인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사직서를 냈다.
관저 요리사인 그의 업무는 어디까지나 대사관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에 내갈 음식을 마련하는 것이다. 2016년까지는 “공관장(배우자) 및 가족의 지시를 따르고, 일상식을 한다”는 내용이 근로계약서에 포함돼 있었지만, 2017년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 ‘배우자 및 가족의 지시’와 ‘일상식’ 부분은 삭제됐다. 이에 따라 전임 대사 부부는 ㄱ씨에게 가족들을 위한 식사준비는 따로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대사 부부는 추가 비용을 부담할 테니 대사 가족의 일상식까지 제공해 줄 것을 요구했다. ㄱ씨도 처음엔 이 요구에 따랐으나, 업무 부담이 커지자 더는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후부터 대사 부인의 보복성 괴롭힘이 시작됐다. 부인은 수시로 주방에 내려와 여름철에도 화기 사용으로 온도가 높은 주방의 에어컨을 꺼버리는가 하면, 대용량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면 맛이 없다며 최대 4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돌솥으로 40~70인분의 식사를 만들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부인의 참견과 감시가 이어지면서 불안증상 때문에 심리상담까지 받은 ㄱ씨는 근로계약서상의 당사자가 아닌 부인이 지시를 내리는 상황이 부당하다며 항의했지만, 담당 서기관은 “공관장(배우자)의 지휘, 감독을 따른다”고 명시된 ‘관저 요리사 운영지침’을 들어 문제가 없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부인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이어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ㄱ씨는 사직서를 내고 감사원에 부당 처우를 신고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이 밖에도 기업의 해외지사에서 일어나는 직장 내 괴롭힘 사례를 29일 공개했다. 기업 해외지사에서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상사가 개인 휴가때 필요한 항공권을 알아보게 하고, 아파트 거주신고까지 시킨다”고 했다. 현지 성매매 업소 알선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해외지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할 경우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줘야 할 대사관이나 영사관의 갑질 실태부터 찾아내고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