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추진한 ‘전라북도 농업·농촌 공익적 가치 지원에 관한 조례안’(농민수당)이 전북도의회에서 농민들의 반발 속에 지난 26일 의결됐다. 조례는 내년 1월부터 농가당 5만원, 연간 60만원의 농민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수당을 받는 농민들이 반색할 일이지만 사정은 딴판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연맹과 민중당,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농민수당 주민청구 조례제정운동본부’는 별도의 조례청구운동을 진행했다. 두 조례안은 금액과 지급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2만9610명의 서명을 받은 주민청구조례안은 대상을 농가가 아닌 농민으로 하고, 수당을 1인당 10만원으로 상향했다.
두 조례안이 맞선 상황에서 농민들이 반발한 것은 도의회의 일방적인 조례안 통과 때문이다. 농민 대표들은 지난 25일 도의회 상임위 위원들과 접촉해 두 조례안을 병합심의해 절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농민들은 이 요구가 거부당하자 상임위원장실과 회의장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상임위는 회의실을 옮겨가며 전북도가 낸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임시회 마지막 날인 26일 도의회는 경찰력을 동원했다. 경찰 수백명은 농민들 진입을 막기 위해 도의회 청사의 출입을 전면 봉쇄됐고 청사 곳곳은 방화 셔터로 차단됐다. 도의원들은 경찰 호위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입장해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농민들은 “수혜 주체를 설득하려는 노력은커녕 날치기로 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도의회 역사상 초유의 폭거와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농민 의견이 묵살된 것은 예산 때문이다. 통과된 조례대로 하면 전북지역 10만2000여 농가에 613억원의 농민수당이 지급된다. 농민들 조례안을 적용하면 4배에 가까운 연간 2400억원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전북도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남도의회 상임위도 전남도, 도의원, 주민청구 조례안 등 3건을 병합심의해 전남도가 제출한 발의안에 가장 가까운 대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전남 농민은 전남도의회 본회의가 열리는 30일 제2차 도민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