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조남주 외 8인 지음
큐큐 | 312쪽 | 1만4000원
‘팀장님, 얼마나 다행인가요. 팀장님이 결혼한 분이어서. 우리가 서로의 취향이 아니어서.’
이 장면을 사람들은 머릿속에서 어떻게 그릴까. 남자 상사와 여자 직원? ‘커밍아웃’하자면 주인공 팀장은 유부녀 양성애자 레이고, 독백의 주인공은 동성애자 효주다. 둘은 퀴어 축제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은 퀴어 단편 소설집이다. 성소수자들의 삶과 사랑을 아홉 개의 단편으로 엮었다. 위에 나오는 이야기는 윤이형 작가의 ‘정원사들’ 속 한 대목이다.
<82년생 김지영>으로 페미니즘 열풍을 불러온 조남주를 필두로 김현, 듀나, 정지돈 등 나이와 이력, 장르가 다른 아홉 명의 작가들이 그들의 문법으로 ‘퀴어’를 그려냈다. 책은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에 이은 ‘큐큐퀴어단편선’ 시리즈 두 번째 결과물이다. 각각의 단편 끝엔 ‘작가 노트’라는 에필로그가 있다. “이런 이야기가 받아들여질지 아닐지를 먼저 생각했다”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데까지 썼다” “소설에서 다 하지 못한 말이 많았다”…
이 독백이, 고백들이 퀴어 소설을 써야 하는 까닭이고 읽어야 할 이유다.
우리 속의 ‘나’는 늘 이해받고 싶고, ‘너’는 늘 이해할 수 없다. 이 지점은 남과 여, 남과 남, 여와 여라고 다르지 않다. 역지사지. 사실 이거면 된다. ‘내로남불’의 전성시대에 필요한 건, 입장 바꿔 생각해 보기다.
늙어보지 않고 황혼의 사랑을 논할 수 없듯, 동성애자의 사랑을 이성애자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그저 짐작하고 고작 이해할 뿐이다. 그게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