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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넥타이 대 토마 피케티 티셔츠

입력 2019.10.06 20:43

수정 2019.10.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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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복잡한 공식이나 그래프도 많이 쓰인다. 그러다보니 경제학자들은 대중에게 친숙하거나 인기 있는 인사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행의 최첨단이라는 패션에까지 등장한 경제학자들이 있다. 먼저 고전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영국의 애덤 스미스다.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되자 그의 지지자들은 애덤 스미스의 얼굴을 새긴 넥타이를 매고 다녔다. 애덤 스미스가 주창한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그래서 탄생한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레이거노믹스’다. ‘공급중시 경제학’ ‘시장근본주의’ ‘신자유주의’ 등으로도 불린다(레이거노믹스가 애덤 스미스가 그린 시장경제를 제대로 이어받은 것인지에 대해선 반론이 많다). 레이거노믹스의 핵심 키워드는 작은 정부, 감세, 규제완화, 친기업 노동정책, 복지지출 축소 등이다. 이런 것들이 경제적 유인(경제주체들을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성장이 이뤄지고, 가난한 사람들까지 포함해 모든 국민이 잘살게 된다(낙수효과)는 이론이다.

[아침을 열며]애덤 스미스 넥타이 대 토마 피케티 티셔츠

레이건 시절 미국 경제는 오일쇼크에 허덕이던 직전 카터 행정부 때에 비해 성장률은 높아졌고, 인플레이션은 크게 완화됐다. 하지만 최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이 바로 레이거노믹스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경제학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부자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는 길이 열렸고, 노동권 약화와 복지 축소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은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부의 불평등을 연구해 유명해진 경제학자가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인데, 그도 패션에 흔적을 남겼다. 2013년 나온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극심한 불평등의 모순을 파헤쳤고, 이에 공감한 젊은이들은 피케티 이론의 핵심 공식인 ‘r>g’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다녔다. r은 연평균 자본수익률로, 자본에서 얻는 이윤, 배당금, 이자, 임대료, 기타 소득을 자본 총액에 대한 비율로 나타낸 것이고, g는 경제성장률, 즉 소득이나 생산의 연간 증가율이다. 돈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일해서 돈을 버는 속도(경제성장률)보다 빠르다보니 부의 불평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애덤 스미스와 토마 피케티가 부자들의 넥타이와 가난한 자들의 티셔츠로 상징화되며 대조를 이룬다.

한국에서도 레이건 때와 비슷하게 애덤 스미스를 불러오려는 움직임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내놓은 경제대전환 보고서인 ‘민부론(民富論)’ 얘기다.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경제과제를 정리했다는 민부론이라는 명칭은 애덤 스미스의 저서인 <국부론(國富論)>에서 가져온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 은산분리 완화, 상속·증여세 및 법인세 인하 등 경제활성화 방안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완화와 기업 경영권 보장 등 경쟁력 강화 방안, 파업기간 대체근로 전면 허용 등 자유로운 노동시장 정책, 복지 포퓰리즘 방지 등의 지속 가능한 복지 방안 등 핵심 각론들이 레이거노믹스와 유사하다.

민부론에서 제시한 방안들이 경제를 살리고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정치권에서는 경제정책을 놓고 치열한 여론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를 ‘관념전쟁(battle of ideas)’이라 부른다. 관념전쟁은 어떤 정책이 국민 대다수에게 가장 유익한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데, 그 목적은 열성적 지지층을 동원하는 것과 부동층을 설득하는 것이다. 관념전쟁에서는 장황하고 치밀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단순하고 왜곡된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고, 이성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큰 성과를 낸다고 스티글리츠는 분석했다.

관념전쟁을 성공적으로 해 온 이들은 이에 필요한 수단인 자본과 언론, 인맥 등을 갖춘 계층이다. 이들은 이 수단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편적 이익(국민 대다수의 이익)으로 포장하는 데 뛰어난 기술을 발휘해 왔다. 다만 최근에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관념전쟁의 전통적 무기인 제도권 언론의 ‘기술’이 점점 먹히기 힘들어진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 그럴듯하게 짜맞춰 내놓는 ‘프레임’에 넘어가지 않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 거다. 이 관념전쟁의 승패는 가깝게는 내년 총선, 멀리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가려질 것이다. 누가 이 전쟁의 승자가 될까. 한국 경제 전반에 묵직한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이때 그 결과가 걱정되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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