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쏘나타는 오랜 기간 현대자동차의 대명사 같은 존재였다. 요즘은 제네시스 시리즈가 나오며 최대 품질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한동안 현대차의 중심축은 쏘나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매량 등에선 요즘 그랜저에도 밀릴 만큼 더 크고, 비싼 모델로 수요가 옮겨가지만 쏘나타만의 상징성이 있다.
올해 3월 나온 쏘나타 DN8은 8세대 모델이다. 우선 차체와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다. 전장 4900㎜, 전폭 1860㎜, 전고 1445㎜다. 실내 공간 확보에 중요한 앞뒤 바퀴축 거리는 2840㎜로 길어졌다. 전장과 전폭, 축거는 바로 위 모델인 그랜저보다 각각 30㎜, 5㎜, 5㎜만 짧을 만큼 커졌다. 이것만 봐도 현대차의 쏘나타에 대한 애착을 가늠케 한다.
![[시승기] ‘쏘나타 DN8’ 단단한 하체는 만족, 가속성이 아쉬워](https://img.khan.co.kr/news/2019/10/07/l_2019100701000915200069141.jpg)
신형 쏘나타 DN8을 타보면 가장 낯선 부분이 기어봉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차량에 익숙한 나머지 후진 기어를 넣거나 할 때 순간 기어봉을 잡으려고 하다가 멈칫해야 했다. 전진, 후진을 버튼을 눌러서 작동한다. 한 나절 타보니 나름대로 익숙해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기어봉도 선택할 수 있으면 더 낫겠다 싶다.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차량이 아닌가.
외관 디자인을 보면 기본적으로 얌전한 도련님 같은 모습을 벗어 던졌다. 전반적으로 날카롭고 스포티한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테일램프를 비롯한 뒷모습이 가장 눈에 띄게 바뀌었고, 헤드그릴이나 보닛을 포함한 앞모습도 완전히 달라졌다. 앞에서 보자면 잔뜩 웅크린 채 튀어나갈 기세다. 사실 이번 쏘나타 DN의 가장 인상적인 디자인은 옆라인으로 평가하고 싶다. 앞, 뒤 모습은 오히려 호불호가 엇갈릴 정도로 평가가 나뉜다. 그러나 옆모습은 스포츠카를 보는 듯 매끄럽고 유려해 보인다.
운전석의 경우 10.25인치 좌우로 넓은 디스플레이는 밝은 대낮에 햇볕을 받아도 시인성이 좋다. 다만 기능들은 좀 복잡한데, 연비 표시라든지 자주 쓸 만한 기능들을 바로 터치해볼 수 있게 더 직관적으로 바꿨으면 낫겠다. 특히 몇몇 현대·기아차에서 볼 수 있듯, 내비게이션 확대나 축소를 ‘+, - 버튼’을 화면 터치 방식으로 하게 돼 있다. 이는 운전 중에 상당히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에 제안하고 싶다. 차급, 차종을 막론하고 모든 내비게이션 화면 조정은 기본적으로 다이얼버튼을 돌려서 확대, 축소가 가능케 바꾸길 바란다. 사용 편의성은 물론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시승기] ‘쏘나타 DN8’ 단단한 하체는 만족, 가속성이 아쉬워](https://img.khan.co.kr/news/2019/10/07/l_2019100701000915200069142.jpg)
요즘 현대차가 적극 대응해오듯 첨단 편의사양이 대거 들어가 있다. 전후 주행영상을 기록해주는 ‘빌트인 캠’은 블랙박스를 따로 달 필요를 없게 한다. 정차한 상태에서 앞 차량이 출발하면 계기판에 약한 경고음과 함께 ‘전방 차량 출발’ 알림이 표시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은 차로이탈방지(LKA)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 등을 결합해 준자율주행도 할 수 있게 해준다. 시속 60㎞를 넘어가면 초록색 불이 켜져 차선을 인식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국도의 비교적 급커브 구간에선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가 있어 크게 의지하지 않는 편이 나아 보였다.
차선 변경을 위해 좌우 깜빡이등을 켰을 때는 계기판 화면에 각각 좌우 카메라로 찍은 실시간 영상이 나타난다. 눈이나 고개를 덜 돌려도 되니 도움된다. 특히 어두운 밤길이나 비가 올 때는 사이드미러보다 시인성이 나은 편이어서 좋다. 다만 화면 속 다른 차량 움직임이 아주 매끄럽진 않고 조금씩 끊기는 시차가 발생하며 부자연스러운 점도 있으니 유의하면 된다.
디자인과 실내공간, 편의장치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기본적으로 시트가 높게 설정된 측면도 있으나 에이(A)필러 크기나 위치가 좋아 운전 시야가 넓게 보여 안전운전에 도움이 된다.
![[시승기] ‘쏘나타 DN8’ 단단한 하체는 만족, 가속성이 아쉬워](https://img.khan.co.kr/news/2019/10/07/l_2019100701000915200069143.jpg)
다만 주행성능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시승차는 2.0 가솔린 모델이다. 1.6 가솔린 터보 모델도 있는데 비교를 해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시승 모델은 공차 중량이 1415㎏으로 차체에 비해선 무겁지 않다. 그럼에도 차량 움직임은 굼뜬 편이다.
가솔린차 특성상 처음에는 조용하고 부드럽게 잘 나간다. 그러나 대략 시속 70㎞ 이상으로 급히 끌어올리는 데는 더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분당회전수(rpm)가 올라가고 엔진음이 높아지지만 차는 멈칫하다가 서서히 속도를 올려준다. 멈춘 상태에서 차선을 바꾸기 위해 밟거나 운행 중 가속할 때 답답하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도 크게 달라지는 건 못 느낀다. 오히려 높아지는 엔진음부터 부각될 정도다. 가상 엔진음이라면 하향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대신 핸들 뒤에 붙은 패들시프트 버튼으로 단수를 낮춘 채 가속페달을 밟으면 반응성은 다소 나아지는데 큰 차이는 아니다.
또한 6단 자동변속기가 빠릿하게 맞물리지 못한다는 평가도 들린다. 일부에선 왜 7단이나 8단을 넣지 않았냐는 불만도 토로한다. 그러나 단지 단수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저속에서 가속시 빨리 반응하지 못하고 지체되는 건 변속기와 엔진의 조합이 매끄럽지 않아서로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아무래도 최고출력 160마력에, 최대토크 20kg·m(4800rpm)로 엔진 성능이 높지 않은 근본 한계에서 비롯된 것 같다. 특히 토크가 가솔린 엔진 특성상 아무래도 부족한 편이다.
대신 1.6터보 모델은 최고출력 180마력에, 최대토크 27kg·m(1500~4500rpm)으로 높아서 움직임이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대토크 발현 구간이 1500rpm부터라는 점이 중요하다. 운동성능을 중시한다면 그나마 1.6터보 모델이 나을 것 같다. 최근 추가된 하이브리드 모델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핸들 복원력이다. 일반 차량은 회전 구간에서 핸들을 돌리면 그 상태를 유지해준다. 이어 직선 주로로 들어서면 핸들도 자연스럽게 바로 돌아오게 된다. 이번 쏘나타는 회전 구간에서 핸들을 돌린 뒤 힘을 주고 잡고 있지 않으면 직진 상태로 핸들이 복원해버린다. 즉 코너에서 계속 핸들을 돌린 채로 잡아줘야 한다. 직진성을 강조한 탓인지, 핸들 복원력을 너무 강하게 만들어 놓은 것으로, 조정이 시급해 보인다.
시승차의 경우 직선 주로에서 차가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쏠리기도 했다. 핸들 세팅의 문제인지, 타이어 공기압 문제(실제로 이튿날 공기압 경고등이 켜짐)인지 봐야 하겠다.
![[시승기] ‘쏘나타 DN8’ 단단한 하체는 만족, 가속성이 아쉬워](https://img.khan.co.kr/news/2019/10/07/l_2019100701000915200069144.jpg)
이번 쏘나타 DN8 2.0은 적어도 디자인과는 달리 빠르게 달리는 데 적합한 차는 아닌 것 같다. 넓은 실내 공간과 각종 편의장치 등을 통해 가족을 편하게 태우는 패밀리 세단임을 확인시켰다. 엔진 소음이야 크게 밟지 않으면 되는데,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과 소음은 장거리 여행에는 피곤함을 줄 것이다.
사실 이번 신형 쏘나타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차체 안정성이라고 하겠다. 하체 세팅이 적어도 현대·기아차 가운데는 제법 단단하게 돼 있다. 기존 쏘나타 이용자라면 ‘방지턱 등을 넘을 때 차가 너무 통통거린다’고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고속 상황이나 고르지 못한 길을 달리는 데도 차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점은 기대 이상이었다. 쏘나타 DN8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준다면 디자인도, 편의장치도 아닌 이런 하체 세팅이라고 하겠다. 기본 골격이 수년 전 모델이고 차급이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겠지만, 이번 쏘나타의 차체 안정성은 차라리 얼마전 타본 ‘제네시스 G80 스포츠’보다도 낫게 느껴졌다.
한 마디로 스포티한 8세대 쏘나타 디자인에 어울리는 점은 차체 제어 같다. 다음 모델에서 동력 성능을 보강한다면 더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