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경찰 반부패토론회

조문희 기자

“우리 지역에 유착비리는 없다” “경찰관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경찰관과 막걸리도 한잔하기 어렵다”.

‘버닝썬 유착비리’ 이후 경찰이 전국에서 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나온 말들이다. 경향신문이 20일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9 각 지역청과 산하 경찰서의 ‘반부패토론회’ 결과보고서에서는 부패 방지와는 무관한 발언을 다수 찾을 수 있었다. 이 보고서에는 지난 7~9월 각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주요 발언이 담겼다. 경찰을 칭찬하거나 부패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많았다.

반부패 대책과는 무관한 민원성 발언이 다수 나왔다. 동두천경찰서 토론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납부를 많이 했다”며 “학생보호구역에서 시간 외에는 제한을 풀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원중부경찰서 토론회에 참석한 한 시장번영회장은 “삐끼(호객행위 하는 사람)들이 조직을 구성해 손님을 채가서 손해가 많다. 호객행위를 근절해 달라”고 했다.

‘버닝썬’ 계기 시민 참여 토론
“삐끼 근절” 등 무관한 민원에
“경찰은 깨끗” 낯뜨거운 칭찬

경찰에 대한 비판을 듣자는 취지의 토론회였지만, 정작 경찰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지난 8월 용인동부경찰서에서 한 시민은 “한국 경찰은 정말 깨끗하다”며 “버닝썬과 같은 사건은 어느 나라든 있기 때문에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하길 응원한다”고 했다. 지난 9월 안성경찰서에선 “공무원 중 가장 친절하고 깨끗한 공무원이 경찰”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지역 주민이 경찰에 ‘스킨십’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7월 구리경찰서에선 “김영란법 이후 커피 한잔, 박카스 한 병 받지 않는 경찰을 보고 정이 없다고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용인서부경찰서에서 한 시민은 “경찰 협력단체는 경찰행정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경찰서에 찾아가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클럽 버닝썬 사건 때 경찰과 유흥업주 간 유착 통로로 지목됐던 ‘경찰발전위원회’가 경찰 협력단체의 일종이다.

토론회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이어지자 이를 문제 삼는 시민도 있었다. 지난 7월 남양주경찰서 토론회에서 한 시민은 “전문가를 초빙하지 않고 일반 시민 대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했다. 부천경찰서의 한 시민은 “버닝썬 사건의 경우 경찰관뿐만 아니라 협력단체원도 범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협력단체원들을 자정시킬 활동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차 토론에서야 전문가 불러
“실질적 개선안 마련이 중요”

문제가 이어지자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9월 2차 반부패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법학전문교수 등 전문가들로 자리를 채우고 반부패 대책 관련 쓴소리를 들었다. 경찰 협력단체 소속원, 일반 시민이 주를 이뤘던 1차 토론회와 인원 구성을 달리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듣고 싶은 말이 아닌, 필요한 말을 들어야 한다”며 “경찰에 민원, 고소·고발을 해본 사람, 경찰 수사를 받아본 사람 등 경찰과 접촉 경험이 있는 사람을 불러야 한다. 경찰을 잘 아는 교수 등 전문가의 분석도 필요하다”고 했다. 홍익표 의원은 “경찰과 친분 있는 인사들 위주로, 자화자찬과 민원제기로 채운 반부패토론회는 오히려 불신만 가중할 뿐”이라며 “과거 관제 행사를 연상시키는 행사에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공정한 수사와 사건처리를 위한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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