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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사법기관’에 걸맞은 검찰이어야

“검찰이 누구누구를 사법처리할 방침이다”라는 표현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검찰이 수사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사법처리’라는 용어를 사용하니까 언론도 따라 쓴다. 여기서 사법처리란 수사를 해서 기소했다는 뜻이다. 공소장 제출로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다는 의미다.

[하태훈의 법과 사회]‘준사법기관’에 걸맞은 검찰이어야

그러나 굳이 ‘사법’처리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 ‘사법(司法)’이란 무엇이 법인지를 말한다는 의미로 사법부가 하는 업무다. 그만큼 행정부에 속하는 검찰의 사무가 사법부의 일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법처리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검사들은 자신들이 법관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면서 법관과의 동일성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검사의 직무와 권한은 사법권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면서 형사절차에서 중추적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태도가 이해가 간다. 검찰은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불기소처분 결정으로 형사사건을 종결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어 판결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법관의 지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광범위하게 법관의 임무를 대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수많은 형사사건은 법정으로 가기 전에 법관의 재판이 아니라 검사의 사법적 판단으로 종결된다. 그래서 우리는 검찰을 사법부에 준한다는 의미로 준사법기관(準司法機關)이라 부르고 검찰 스스로도 준사법기관임을 자부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으로서 행정부에 속하지만 개개 검사의 직무는 사법권과 아주 밀접하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은 행정기관이면서 동시에 사법기관인 이중성격을 가진 기관이다. 엄격히 말하면 사법기관은 아니지만 오로지 진실과 정의에 따라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준사법기관이다. 그래서 법관 독립의 이념은 검사에 대하여도 요구되지 않을 수 없다. 사법기관이 아니면서도 사법부와 함께 형사사법에 공동으로 기여해야 하는 검사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검사에게 법관과 같은 자격을 요구하고 그 신분도 보장한다. 검찰권 행사로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제한되고 침해되기 때문에 엄격한 법적 근거와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행정기관보다는 법률구속성이 더 높다. 검찰이 본질적으로 행정부 소속이지만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고 국민과 정치권력, 법원에 의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는 이유다.

이렇듯 법관과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는 권한을 갖는 검사에게는 법관과 마찬가지로 객관성, 공정성 및 진실과 정의의 원칙이 엄격하게 요구되어야 한다. 그래서 검사를 단독제의 관청으로 구성한 것이다.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개개의 검사가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라는 뜻이다. 검사는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의 보조기관이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검찰사무를 행할 권한을 갖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은 준사법기관임을 자부할 정도로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었는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검찰권을 행사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아니면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고 싶을 때만 준사법기관임을 외친 것은 아니었던가. 검찰비판에 방어막으로 준사법기관성을 내세운 것은 아니었던가.

그동안 검찰은 조직을 지킬 때 준사법기관임을 강조해왔다. 법원과 동등하게 대우받기를 원할 때 준사법기관을 무기로 들고나왔다. 법관과 동일한 신분보장을 요구할 때 들고나오는 논리가 준사법기관이었다. 검찰의 인사권과 예산권의 독립을 주장할 때도 준사법기관임을 내세웠다. 의전과 대우를 받을 때에도 그랬다. 검찰은 검사장을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같은 차관급이라고 보면서 출퇴근 차량 등 고법 부장판사가 받는 대우를 그대로 검사장에게도 해왔던 것이다. 일은 준사법기관에 걸맞지 않게 하면서 대접만 받아온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자기 이름으로 검찰사무를 처리하지만 실은 상명하복의 위계 속에 속박되어 있었다. 바로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표현되는 상명하복관계 때문이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상명하복의 위계조직에서 벗어나 준사법기관성을 검찰사무 곳곳에 실현하는 것이다. 상명하복의 검찰조직이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정치적 소신이나 성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폐쇄적 조직이라는 점이 더해지면 개개 검사의 권력행사의 정치적 독립성 및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검찰개혁을 위한 최우선과제는 무엇보다도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를 완화시켜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조직이 관료화, 위계화, 폐쇄화되면 될수록 권력 기관화되고 정치적 영향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며 정치권력이 검찰을 사유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조직의 민주화와 외적 통제만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그래야 검찰이 온전한 준사법기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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