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담화 활용…“의지 있으면 길 열려” 대화 언급
“미 실무자들이 북 적대시”…트럼프에 ‘새 접근법’ 촉구
강경화 “긍정적으로 평가”…올해 안 해법 도출 주목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24일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 간 친분을 강조하며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고 2차 협상을 앞둔 양측의 기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이 ‘양국 정상 간 친분관계’를 기초로 대화를 진전시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실무레벨에서의 이견 차이를 정상 간 신뢰로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협상 실무자들이 제시하는 것과 다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식 석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고문은 “며칠 전 내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를 만나뵙고 현안들을 보고드리였을 때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하시였다”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이어 “이러한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담화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식견’과는 달리 미 행정부 실무자들과 정치권이 여전히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혀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는 말로 담화를 맺었다.
김 고문이 북·미 대화 국면에 등장한 것은 스톡홀름 실무협상 직전인 지난달 27일 담화를 통해 미국의 ‘선(先)비핵화 요구 철회’를 촉구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과 용단’을 촉구했다. 북한은 주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보낼 때 김 고문의 담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담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22일(현지시간) 헤리티지재단 행사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납득시키려면 실패한 전략들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 진실”이라고 말해 전임 정부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말한 다른 접근법이 북한이 원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4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제74주년 유엔의날 기념 오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고문의 담화에는 북한이 북·미 대화의 성과를 강하게 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에 연말까지 해법을 마련하라고 시한을 정해 촉구하고 있는 것도 ‘연말까지 성과가 있어야 한다’는 북한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김 고문 담화와 관련해 “(북·미) 정상 간 신뢰 표명이 있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상 간 신뢰를 기초로 한 진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실무급에서 논의되는 현안에 대한 이견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충분한 실무접촉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에 대한 전망이 섰을 때 3차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스톡홀름 실무협상 등을 통해 미국이 원하는 내용은 북한에 충분히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2차 실무협상에서 구체적으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밝히고 서로의 요구 조건을 ‘시퀀싱(배열)’하는 작업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한 정부 소식통은 “북·미 모두 협상 성과를 원하고 있고 협상의 문은 아직 열려 있다. 대화의 기회가 많아지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대화의 동력을 유지하며 조속히 2차 실무협상이 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