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80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4월15일에 예정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전 180일인 10월18일 이후부터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정한 행위들이 제한 또는 금지된다. 바야흐로 선거기간이 시작된 것이다.
![[시선]혐오 없는 선거를 위해서](https://img.khan.co.kr/news/2019/10/27/l_2019102801003221700258531.jpg)
정치인들도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제20대 국회 성적표에 책임을 지고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초선 정치인도 있고, 같은 이유로 자신들이 스스로 만든 국회법을 위반하여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오히려 다음 선거에서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고 약속한 정당이 있다. 이들이 한 시대에 살고 있는 유권자의 대리인으로 선출된 사람들이라는 것이 혼란스러울 정도다.
국회에서는 다음 선거의 규칙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있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선거 제도는 동네 1등을 뽑는 데 집중한 나머지 후보를 선택한 주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이번 개정안은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출발이라는 점이다. 동네 1등만 모이는 곳이 국회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 특히 동네에서 1등하기 힘든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가 모이는 곳이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제도 개혁 법안이 반드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길 바란다.
한 가지 다음 선거에 바라는 것이 있다.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정치적인 구호로 등장하지 않는 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혐오표현’이란 사회적 소수자(산술적으로 소수인 경우가 많지만, 꼭 소수가 아니더라도 상대 집단에 비해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작은 집단을 의미한다)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이들에 대한 배제와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을 말한다.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인종, 성적지향 등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고유한 차이를 기준으로 사회적 영향력이 약한 소수 집단의 존재와 가치를 부정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효과를 준다. 무엇보다 정치인의 혐오 표현은 대중들에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그럼에도 ‘혐오표현’의 유혹은 강렬하다. 다수에 속한 ‘우리 편’을 편가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혐오표현은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한 의견이 아니라 차별에 동참하는 선동이 목적이어서 이에 동조하는 세력을 만들고, 이들은 또 다른 혐오표현을 양산한다.
소수자를 구별 짓는 차이점은 발 딛고 있는 사회의 수준에 따라 그 수용률이 다른데, 현실의 혐오세력은 항상 가장 약한 곳을 공격한다. 지난 선거에서 후보자들은 서로에게 ‘노인에 대해 찬성하는지’나 ‘장애인의 결혼에 찬성하는지’에 대해서는 물을 수 없었지만, ‘동성애 또는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지’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캐물었다. 보수 기독교의 동원된 표심과 불황기 사회경제적 상황에 힘들어하는 국민들의 걱정을 해결할 자신 없는 정치인들이 우물쭈물 눈치를 보는 사이에 현실의 혐오는 더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선거 시기에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한 혐오표현 금지법 등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의 차별 없는 동등한 가치를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고 무조건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혐오의 선동은 민주주의와 만날 수 없다. 모든 유권자가 존중받는 선거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