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인도 스모그, 노숙인·노동자들에 ‘치명적’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인도 스모그, 노숙인·노동자들에 ‘치명적’

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빌딩들이 대기오염으로 공기가 탁해지면서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뉴델리|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빌딩들이 대기오염으로 공기가 탁해지면서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뉴델리|로이터연합뉴스

“우리는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라도 있으니 축복받았어요. 노숙인들을 위해 기도해요. 그들이 안전하기를.”

인도 수도 뉴델리에 살고 있는 유명 영화배우 프리앙카 초프라(37)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얼굴 사진과 함께 이같은 글을 올렸다. 뉴델리를 포함한 델리 지역에선 ‘재앙’ 수준의 대기오염으로 누구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집이 없는 노숙인들과 생계를 위해 야외 노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델리에 사는 노숙인은 인구조사(2011년)에서 4만6000여명으로 집계됐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5만명으로 추산한 발표도 있다. 특히 ‘거리의 아이들’을 향한 우려도 크다.

“스모그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해요. 가난한 이들은 폐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죠.”

영국 BBC 방송이 4일 보도한 인터뷰 영상을 보면 한 노인 노숙인은 “우리는 ‘스모그 석탄’이라고 부른다. 우리처럼 나이든 사람들을 더 아프게 한다”면서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또 다른 노숙인은 “누구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우리는 약을 살 돈도 없다”고 했다. 빈부격차가 심한 인도에서는 노동자들은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없다. 하루 최저임금 178루피(약 2900원)인 상황에서 마스크 하나도 사치인 셈이다.

델리 노숙인들을 인터뷰한 BBC 방송 화면. BBC 홈페이지 캡처

델리 노숙인들을 인터뷰한 BBC 방송 화면. BBC 홈페이지 캡처

실시간 대기질지수 자료(aqicn.org)에 따르면 5일 오전 11시(현지시간) 현재 델리 대기질지수(AQI)는 245로 ‘건강에 좋지 않은’ 단계다. AQI 300을 넘으면 ‘위험’ 단계인데, 앞서 3~4일엔 델리의 대기질지수가 800~900을 웃돌았다.

델리는 수년 전부터 대기오염이 심한 도시로 꼽혀 왔지만, 대응에 소홀해 올해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인도 정책연구센터의 산토쉬 하리쉬는 “델리의 스모그는 차량 매연, 발전소 매연, 건설 공사장 먼지 등이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주변 하리아나주, 펀자브주 등에서 농부들이 추수 잔여물을 태우면서 나는 연기다. 당국이 단속에 나서지만 비용 측면에서 농민들은 소각을 선택한다. 뉴델리는 내륙 분지 지형인데다 계절풍이 불지 않아 대기 중 오염물질이 흩어지지 않는다.

인도 정부는 대기오염 상황이 심각해지자 휴교령과 함께 차량 운행 홀짝제, 건설 공사 일시 중단 등의 조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델리 주민들은 “우리는 이미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면서 일시적인 대책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인도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대법원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은 4일 대기오염 관련 청원을 심리하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이는 문명국가에서 발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더 힌두 등 현지언론들이 5일 보도했다. 대법원은 정부를 향해 대기오염을 해결할 장기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아룬 미쉬라 대법관은 “당국은 대기오염에 맞설 조치를 견고하게 마련하기보다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술책과 선거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델리 주정부는 인근 주의 농가에서 추수 잔여물을 태워 스모그가 심해졌다고 주장하고 연방정부는 델리주가 차량 배기가스 등의 자체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온라인상에서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4일 보도했다. 신문은 “누리꾼들은 모디 총리가 다른 나라의 어려움에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작 인도의 심각한 대기오염에 관한 논쟁에서 빠져 있으며, 대중들로부터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 AD
  • AD
  • AD
닫기
닫기
닫기